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주거 불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도 어떤 형태의 주택이든 많이 짓자는 ‘임비’(YIMBY·Yes in my backyard)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집값이 비싼 지역일지라도 공급 확대를 통해 현재 직면한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캘리포니아주 하원 선거는 ‘임비운동’이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어느 후보가 다양한 방식으로 더 많은 공급을 공약하는지에 대한 평가 투표가 된 셈이다. 이번 선거에 나선 민주당의 맷 헤이니는 자신이 유명 임비운동단체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선거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임비는 자신의 사는 지역에 혐오시설 등이 건립되는 것을 반대하는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의 반대말이다. 임비 찬성론자들은 고급 아파트, 임대주택을 포함한 다양한 공급으로 집값 상승과 주거 불안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좋은 부동산 대책이라도 주택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 집을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 양극화만 심화된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임비운동의 시작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주리 세인트루이스에서 샌프란시스코만 연안 지역인 베이 에어리어로 이사 온 소냐 트라우스는 이 지역의 높은 집값에 깜짝 놀라 지역에 주택 공급 확대를 호소하고, 이에 동조하는 세력을 차츰 모아가며 임비운동을 확산시켰다. 브루킹스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임비운동에 찬성하는 주택건설 지지 운동단체가 미국 내에서 29개 주에 걸쳐 140개가 넘는다.
이런 단체들이 힘을 얻자 민주당 의원이 속한 집값이 비싼 지역의 여론도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의원과 지지층은 개발을 통한 공급 확대는 나쁘고 빈부 격차를 심화시킨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인 스콧 위너는 “임비운동은 지난 10년 동안 국제 운동으로 확산됐다”고 강조했다. 몸집이 커진 임비 활동가들은 이제는 주택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임비’라는 이름의 정책·로비 활동을 개시했다.
하지만 임비운동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임비운동 반대파들은 과도한 공급이 교통량을 늘리고 기존 주민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촉발해 오히려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