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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코로나 경험 남녀 “냄새 맡는 정도, 이전의 60%에 그쳐”

코로나19를 겪은 후 냄새를 잘 못맡거나 맛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게티이미지
 
후각 인지 검사 장면. 계피 복숭아 초콜릿 등 12가지 향이 나는 펜 모양의 키트(아래 사진)를 코에 대고 하나씩 맡아보면서 4가지 보기 중에 해당 향기를 찾는 방식이다. 12개 향 중 6~7개 이상 틀리면 후각 감퇴로 판단된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제공




미각 장애로 내원한 50대 남성 쓴맛만 인지, 단맛·짠맛 못느껴
후각 이상, 빈도 가장 높은 후유증… 미각 장애, 대개 후각 장애와 동반
영구 장애 여부 판명에 1∼2년 소요… 증상 지속땐 영구장애 확률도 10%

“오미크론 변이에 걸린 후 치료받고 몸은 회복됐는데 후유증으로 후각과 미각이 아직 되돌아 오지 않고 있어요.”

지난 3월 중순 인터넷포털사이트 전문가 상담 코너에 올라온 글이다. 글쓴이는 “병원에서는 기다리면 자연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데, 한 달이 넘도록 변화가 없고 후각과 미각 기능이 점점 더 떨어지는 것 같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치료중이거나 격리해제된 사람들 가운데 후각과 미각 상실을 경험하는 사례가 꽤 된다. 2020년 코로나 유행 초창기부터 관련 연구가 지속 보고돼 왔다. 최근 국내 의료기관에 속속 개설되는 코로나19 후유증 혹은 롱 코비드(장기 후유증) 클리닉에 후·미각 장애를 겪는 이들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10%는 6개월 이상 지속

지난 3월초 국내 처음 코로나19회복클리닉을 문연 하나이비인후과병원이 3월 3일~4월 25일 문진 기록을 제출한 266명을 분석한 결과 약 10%(27명)가 후·미각 장애 증상을 호소했다. 환자들은 20·30대부터 70·80대까지 연령대를 가리지 않았다. 27명 중 22명(81%)은 격리해제 후 한 달 이내에, 나머지 5명은 1개월 넘어 병원을 찾았다. 이 병원 장규선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9일 “격리해제 후 3주나 한 달 뒤 오는 경우가 가장 많고 고령층보다는 젊은 환자가 더 많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후유증클리닉을 개설한 인제의대 서울백병원에는 지난 2월 코로나를 경험한 20대 여성과 5~6개월전 감염됐던 50대 남성이 후각 장애를 호소하며 방문했다. 이들을 진료한 이비인후과 노경진 교수는 “둘 다 이전에 냄새 맡는 정도가 100%이었다면 지금은 60%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거나 향수 냄새가 예전보다 약하다며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했다. 노 교수에 따르면 미각 장애로 내원한 50대 남성은 쓴맛만 인지하고 단맛과 짠맛을 느끼지 못한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코로나를 겪은 후 후각 및 미각 장애의 발현 빈도는 연구마다 편차가 있다. 이는 인종이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변이별 차이) 등 여러 원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학술지 ‘셀’에 지난 3월 발표된 미국 뉴욕대와 컬럼비아대 공동 연구 논문을 보면 코로나에 의해 유발된 후·미각 장애 유병률은 5~30%로 다양하게 보고됐지만 이 중 10% 내외는 6개월 이상 장기간 지속되는 걸로 나타났다. 한양대 명지병원 이비인후과 송창은 교수는 “후각 이상은 코로나 후 발생하는 감각 이상 중 가장 빈도가 높은 후유증으로, 영구 장애 여부를 판명하려면 1~2년 걸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나 데이터는 조금 더 기다려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에 의한 후각 장애는 기존의 감기나 독감(인플루엔자)바이러스 감염, 축농증 등에 의한 후각 장애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며 코막힘이나 콧물 등 동반 코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후각 신경세포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결합하는 ACE-2 수용체가 없어 직접 감염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수용체를 발현하는 주변 지지 세포를 감염시켜서 염증 반응이 폭발적으로 유발되는 이른바 ‘사이토카인 폭풍’에 의해 2차적으로 후각 신경이 마비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송 교수는 “지난달 네이처지와 앞서 3월 셀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후각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축소되는 현상이 발견됐으며 유전자 수준에서 후각 신경 퇴화가 발생하는 것으로 관찰됐다”고 했다. 후각 장애는 미각 장애보다 더 많은 비율로 발생한다. 미각 장애 단독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그 비율은 10% 미만이고 대개 후각 장애에 동반된다. 혀에 있는 미각 조직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수용체가 있기 때문에 이론상 미각 이상만 발생할 수 있긴 하지만 우리가 통상적으로 느끼는 미각 장애는 후각 기능이 떨어지면서 음식의 향을 맡지 못하기 때문에 2차적으로 느끼는 감각 이상이다.
 
한 달 넘게 지속 시 후각 재활 권고

코로나 후각 장애 환자는 크게 냄새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무후각(anosmia)’, 강한 냄새만 맡을 수 있는 ‘저후각(hyposmia)’, 실제와 다른 향으로 느끼는 ‘후각 착오(parosmia·이상 후각)’를 호소한다.

송 교수는 “저후각의 빈도가 높지만 후유증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 중에는 무후각, 후각 착오의 빈도가 늘고 있다. 후각 착오는 예를 들어 꽃 향기가 담배 냄새처럼 느껴지거나 커피 향이 쓰레기 또는 썩은 생선 냄새로 느껴지는 경우”라고 했다. 특히 근래 유행한 오미크론 변이 감염의 경우 기존 변이들에 비해 수 주~수 개월간 이상 후각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노 교수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후각과 미각은 한 달 내에 회복되나 6개월 넘게 기능 저하가 계속되는 경우 안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증상 초기일 경우 경과 관찰, 먹거나 코에 뿌리는 스테로이드 약 처방(염증 치료 목적) 등을 할 수 있으나 6개월 넘게 지속된 후·미각 장애에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실정이다. 한 달 이상 후각 장애가 지속되면 마비된 신경 기능을 자극하기 위한 후각훈련 치료가 권고된다. 이는 레몬 커피 장미 계피 참기름 등 익숙한 냄새 2~4가지를 준비해서 순차적으로 10~15초 가량 들이마시고 다음 향을 맡기 전 1분 정도 휴식을 취한다. 이런 훈련을 하루 두 번씩 6개월 이상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 노 교수는 “후각 신경은 청각이나 시각과 달리 가소성을 가지므로 꾸준히 자극하면 기능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해외연구에선 후각 재활 치료가 저후각, 무후각 보다는 이상 후각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됐다. 장규선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전문의는 “미각 재활 치료법은 별도로 없지만 미각 소실에 불편을 느낀다면 비타민, 견과류 등 침을 돌게 하는 음식을 섭취하는 방법이 도움될 수 있다”고 했다.

후·미각 기능이 떨어지면 식사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물론 화재나 유독가스를 인지하지 못해 위험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또 상한 음식을 먹거나 음료수를 마심으로 배탈이 날 수 있고 남에게 상한 음식을 대접할 수도 있다. 식욕 또한 떨어져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송창은 교수는 “후·미각 장애가 지속되면 늦어질수록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영구장애 확률도 10%에 달한다. 코로나 감염 후 후각과 미각이 줄었다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조금이라도 빨리 전문의를 찾아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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