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어귀에서 본 서울 은평구 광현교회(서호석 목사) 5층 높이 건물은 단단해 보였다. 지난 2일 교회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꼬마였다. 조하준(3) 군은 고사리 손으로 자기 몸통 만한 물조리개를 들고 상추에 물을 주고 있었다. 옆에 서 있던 조군 어머니는 “하준이가 하원할 때 꼭 화단에 물을 주려고 한다”며 미소 지었다. 1층에는 조군이 다니는 광현어린이집이 있었다.
곧 조군 또래 아이들이 테라스로 나와 달리기를 하며 깔깔깔 웃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광현청소년지역아동센터(이하 청소년센터)가 있는 곳이었다. 글로리아홀이란 팻말이 붙은 곳에서 기타 소리가 들렸다. 노크 후 살며시 문을 열었다. 한 소년이 기타를 치다 멈추고 토끼 눈으로 방문자를 돌아봤다. 중학교 때부터 청소년센터를 이용해온 윤태일(17) 군이었다. 윤군은 이곳에서 음악을 배웠다고 했다. 학교 밴드에서 활동하는 윤군은 “청소년센터에 오시는 선생님에게 기타를 배웠고 지금은 입시를 위해 매일 4~5시간 연습한다. 성악도 배운다”고 말했다. 송재화 청소년센터장은 “태일이는 틈틈이 센터 동생들에게 기타를 가르친다”며 대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윤군은 “가르치면서 내가 더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흡족해했다. 청소년센터에는 아이들이 여유롭게 쉬거나 공부하고 있었다.
2층 광현지역아동센터(이하 아동센터)로 갔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했다. 아동센터에 다니는 김도현(10)군은 전 과목 공부를 하고 저녁 식사 후 집에 간다. 김군은 “옥상에서 가끔 술래잡기를 하는데 재미있다”고 말했다. 아쉬운 게 있냐고 묻자 “없다. 더 빨리 센터에 오고 싶은데, 학원 가는 날엔 늦게 온다. (센터에) 늦게 오면 조금밖에 못 놀아서 아쉽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동센터 어린이들은 모두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박미선 아동센터장은 “아동센터 온라인 체육대회가 있는 날이다. 오늘 결승에 참가한다”고 설명했다. 3층 다목적비전홀로 올라갔다. 아이들이 붉은 응원용 수술을 흔들며 목청 터져라 응원가를 불렀다. “다 같이 힘을 내자~오늘의 우승자는 우리 광현~.” 구슬땀을 흘리며 경기를 펼쳤다. 아이들은 결국 세 손가락 안에 들었고 응원가 가사처럼 열정상을 받았다.
다목적비전홀은 주일에는 예배당으로 쓰인다. 평일 낮에는 센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체육관으로 쓰고 일요일에는 접이식 의자를 배열해 성도들이 쓰는 것이다. 비전홀은 층고가 약 9m다. 2017년 교회를 지을 때부터 체육관을 염두에 뒀다고 했다. 평일 저녁에는 지역 주민들이 배드민턴, 농구 등을 즐긴다. 매월 ‘갈현동 음악회’ 장소로도 이용되고 주민총회 장소로도 빌려준다. 교회가 목회자와 성도들만의 건물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에 열린 공간으로 쓰임받고 있는 것이다.
4층에는 유아실 등이 있고 5층에는 식당과 주방 등이 있었다. 아이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동네 경로잔치가 있을 때 내주는 공간이었다. 옥상은 잔디밭과 야외테라스가 있었다. 박미선 센터장은 날씨 좋을 때는 아이들이 여기서 텐트를 치고 캠핑을 했다”고 소개했다. 옥상에서 내려다 본 동네에는 다가구 주택 등이 많았다. 교회 건물이 가장 높은 건물에 속했다.
지역 주민들은 마을을 위해 교회 공간을 내놓은 광현교회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곽미영(48)씨는 “아이가 청소년센터에 다니는데 교회라 안심된다”고 했고 박이순 갈현2동 주민자치위원회 회장은 “교회가 친절하게 공간을 빌려줘서 마음 편히 마을 행사를 한다”고 했다. 오도연 갈현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은 “아들과 딸이 센터를 이용하는데 행복해 한다. 교회에 간다면 광현교회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