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교회에는 두 가지 부류의 목사들이 있다는 우스갯말이 있다. 강은도 목사와 강 목사를 제외한 나머지. 강 목사가 복음을 매우 유머러스하면서도 호소력 있게 전하면서 그의 독보적인 설교 스타일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크리스천리더스포럼(CLF) 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훈(70·덕수교회 장로) 대성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나 다음세대 선교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대담=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김 회장=유튜브에서 예수님께서 목사님을 찾아오신 간증을 하시는 것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어떻게 예수님께서 목사님을 찾아 주셨는지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다.
△강 목사=고교 2학년 때다. 공부도 못하고 잘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내가 무가치하게 느껴졌다. 경남 진주 남강에 빠져 죽으려고 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나는 그때까지 죽어서 지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순간 하나님이 찾아오셨다. 내 안에 있던 말씀이 그 자리에서 내 가슴으로 차 올라왔다.
‘넌 너무 소중한 사람이야. 내가 너를 통해서 반드시 일할 거야.’ 절망감에 빠져 있었는데 그 말이 나한테 작용되니까 갑자기 제대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런 나의 경험 때문에 나는 내 설교에 관심 없어 보이는 아이들에게 설교할 때도 간절해진다. 하나님 말씀이 언약 속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언젠가 반드시 작용하기 때문이다.
나는 하나님의 말씀에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이후 내 삶은 달라졌다. 그날부터 고3 대입 시험을 치를 때까지 나는 매일 밤 11시 30분에 기도 시간을 가지면서 잊을 수 없는 축복의 시간을 가졌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성경도 잘 읽었다. 이전에 내 성적이 바닥권이었는데 대입을 치를 땐 상위권이 됐다.
△김 회장=부목사로 사역하던 교회를 떠나 코로나 팬데믹 직전에 유튜브로 첫 설교를 송출했고 이듬해 봄에 교회를 개척했다. 팬데믹 시기에 어렵지 않았나.
△강 목사=교회 개척만 3번 하면서 온갖 고생을 한 어머니 아버지를 봤기 때문에 개척할 엄두를 못 냈다. 그러다 부목사로 16년 동안 사역하는 곳을 나갈 때가 됐다는 마음을 하나님이 주셨다. 후임자도 없고 개척 생각도 없는 상태로 무작정 사임했다. 12월 첫 3주간은 우리 집 식탁에서 아내, 아들, 딸과 같이 예배를 드렸다. 그런데 내 소식을 듣고 유튜브로 설교를 올려 달라는 요청 이메일이 많았다.
2019년 12월 29일 유튜브에 첫 설교를 올렸다. 유튜브 동영상을 찍으려는데 카메라가 없어서 처음엔 촬영을 도와준 청년의 휴대전화로 찍었다. 이때도 개척할 맘은 없었다(웃음). 근데 내가 설교하는 곳이 알려지고 나서 함께 예배드리길 원하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이듬해 3월 21일 첫 예배를 드렸다.
나는 어릴 때부터 칭찬을 못 받고 자라서 그런지 성도들이 계속 모여들어도 기쁜 마음이 들지 않고 겁부터 나더라. ‘아마 사람들이 잘못 찾아온 걸 거야. 계속 우리 교회에 올 사람이 아니야.’ 계속 내 안에 두려움의 소리가 들려왔다. 내게 올 좌절과 실망감에 대한 방어 기제다. 이제는 성도들이 400명 넘게 온다. 교회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3만명 가까이 되고 주일설교 조회수도 1만5000회가 넘는다. 그런데도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 든다.
△김 회장=한국교회가 팬데믹 기간 동안 상당히 위축되고 비난을 많이 받았다. 최근 국민일보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교회 신뢰도가 18% 수준이다. 신뢰도 하락은 선교에 큰 장벽이 된다. 한국교회에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강 목사=지금 목회자들이 현실 인식이 많이 안 돼 있는 거 같다. 청소년 중 기독교 인구는 3% 초반이다. 미전도종족 기준인 복음화율 5% 미만이다. 한국교회에는 부흥을 경험한 세대와 미전도종족 수준의 다음세대가 공존하고 있다. 이들에게 우리는 선교적 접근을 해야 하는데 한국교회는 교육적 접근만 한다.
교회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해야 한다. 자영업 하면서 신앙을 실천하기 위해 힘쓰는 성도들을 위로하고 공부에 관심 없지만 교회 오는 청소년들을 축복해야 한다. 살 곳을 찾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해 주택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교회는 예수님을 우리의 주인으로 고백하는 성도들의 공동체이다. 건물이 아니다. 예수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성도의 삶이다.
△김 회장=일반 학교에서 청소년들이 진화론을 배우며 비기독교적인 세계관의 지속적인 공격에 노출되어 있지만 목회자나 신학자나 크리스천 교육인들이 이에 대해 합리적인 반론을 제기하거나 반기독교적 세계관을 바로잡으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현재 학교의 교과 과정을 있는 그대로 진리와 진실로 받아들이는 학생들의 눈에는 성경은 창세기부터 시작해서 요한계시록까지 믿을 수도 없고 받아들여서도 안 되는 오류투성이로만 보일 것이다.
△강 목사=우선 인문학 영역에 과학이 들어가서 휘젓고 있다. 예전에 연쇄살인범이 나오면 모두 나쁜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지금은 프로파일링이라는 영역이 대두되면서 뇌과학이나 심리학이란 이름으로 그의 죄를 해석한다. 죄가 호르몬 분비나 성장 환경의 문제로 환원된다. 죄를 인간과 분리한다. 인간은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존재라는 걸 받아들이지 않는다.
교회가 거시적 안목을 가지고 대응해야 하는데 너무 미흡하다. 동성애 문제도 죄라고 정죄하는 데 그친다. 세상 사람들은 이제 우리와 도저히 소통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있다. 진화론적 세계관에 대항하려면 창조의 진실성과 영원한 생명의 가치를 전파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 목회자, 크리스천들의 살아가는 모습으로 복음의 생명력을 생생하게 보여줘야 한다. 그러려면 신학자뿐만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말씀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고민하며 살아야 한다.
△김 회장=한국 교회의 질적 성장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이 무엇이라고 보나.
△강 목사=참된 예배를 회복해야 한다. 예배는 하나님을 경배하는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 주님을 높여야 한다. 자기 삶의 문제가 있을 때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해답을 구해야 한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모든 성도는 자기 문제를 하나님의 시각에서 해석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교회 차원에서는 우리 모두 다음세대에 ‘몰빵’해야 한다고 믿는다. 남아있는 모든 시간과 모든 돈 그리고 모든 에너지를 아이들에게 쏟아부어야 한다. 교회 올 때 아이들이 즐겁도록 해주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인생을 살아낼 힘을 기르게 해야 한다. 그게 복음이다. 아무리 삶이 어려워도 결국 그 어려움을 견디는 것은 복음으로 무장된 인간이다. 이번에 우리 교회에서는 청소년 전문사역자를 모셨다.
△김 회장=그리스어로 ‘기쁨’이라는 단어와 ‘은혜’라는 단어가 같은 어원을 가진 것을 보면 ‘참된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우리의 진실한 반응은 샘같이 솟아나는 기쁨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목사님의 묵상과 신학적 이해가 궁금하다.
△강 목사=은혜는 숨겨진 보물이다. 웃음은 항상 반전이 있을 때 나온다. 배우 이순재씨가 노년에 ‘지붕 뚫고 하이킥’이란 시트콤 출연을 결정했을 때다. 그의 인터뷰가 잊히지 않는다. 희극을 선택했을 때 주변에서 ‘왜 무너지는 연기를 하려 하냐’고 말렸는데 그는 연극의 최고 단계는 희극이라고 답하더라. 희극은 인생의 모든 질곡을 거치고 난 뒤에 그 위에서 나온다.
나는 그게 하나님의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TV 드라마는 잘 안 보지만 예능 프로그램은 유심히 본다. 예능에 그 시대의 사조를 반영하는 코드가 다 담겨 있다. 나도 거기서 유머 콘셉트를 많이 배운다. 우리가 모두 하나님께 부름받은 사람이란 생각을 갖고 기쁨을 마음껏 누렸으면 좋겠다.
가끔 내가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어머니들을 위로해주려고 이런 얘기를 한다. 아들 키우는 분들은 사람 키운다 생각하지 마시고 개 한 마리 키운다 생각하시라고. 나도 집에 개 한 마리 키운다고. 그럼 다 웃는다(웃음). 최근엔 고3인 아들이 갑자기 베이스기타를 치겠다고 하더라. 30세까지 ‘인생 찬스’라 생각하고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라고 했다.
나는 성도들이 교회에 와서 울기만 하지 않기를 바란다. 웃으면서 힘을 냈으면 좋겠다. 교회에 웃음이 만들어내는 청량감이 있으면 좋겠다. 현실의 힘든 도전들을 견디고 넘길 수 있는 힘은 바로 건강한 웃음에서 나온다. 하나님은 위대한 반전을 늘 기획하신다.
정리=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