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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특파원의 여기는 베이징] 출구 안 보이는 中 ‘제로 코로나’… 아시안컵도 일찌감치 포기

중국 베이징 시민이 14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경기 개최를 선전하는 간판이 내걸린 건물 앞을 걸어가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내년에 열릴 예정이었던 아시안컵 경기 개최를 포기했다. AFP연합뉴스




중국이 내년 6~7월에 개최할 예정이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경기를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열지 않기로 했다. 중국에선 그간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할 올해 가을 20차 당 대회가 끝나면 고강도 방역 정책이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중국이 올해 하반기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청두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연기한 데 이어 1년도 더 남은 아시안컵 개최마저 포기하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의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전세계 주요 국가들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고 있는 지금 중국은 방역의 고삐를 더 죄고 있다. 최근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한 북한은 국경 통제, 고강도 도시 봉쇄, 대규모 전수검사로 요약되는 중국식 방역 조치를 벤치마킹하겠다고 나섰다. 코로나19 방역을 계기로 북 중 협력이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아시안게임 등 잇단 국제 대회 포기

AFC는 14일 홈페이지에 “중국축구협회(CFA)와의 긴 논의 끝에 CFA로부터 2023년 아시안컵을 개최할 수 없다는 공식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국이 개최권을 포기하게 된 예외적인 상황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AFC 임시총회에서 2023년 아시안컵 개최권을 따냈다. 당시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던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이 신청을 철회하면서 개최권이 중국에 돌아갔다. AFC는 새로운 개최국 선정 등 후속 조치는 적정한 시기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오는 9월 열릴 예정이던 저장성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6~7월 쓰촨성 청두 유니버시아드 대회도 연기 결정이 난 상태다. 연기 결정을 공식 발표한 건 두 대회를 주관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와 국제대학스포츠연맹이지만 주최국인 중국 입장에 따른 결정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베이징 소식통은 15일 “전적으로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연기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은 전세계에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던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예정대로 치렀다. 당시 중국 내 일일 신규 감염자는 한 자릿수를 유지했다. 그러나 3월 들어 중국에서도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기 시작했고 광둥성 선전을 시작으로 상하이, 베이징 등 주요 도시가 줄줄이 봉쇄됐다. 봉쇄 49일째인 상하이의 신규 감염자 수는 한때 하루 2만명대까지 치솟았다가 1000명대로 떨어졌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입은 경제적 손해와 도시 위상 손상은 하루아침에 회복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경제적 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는 이유는 시 주석이 업적으로 삼는 방역 성과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올해 최대 정치 행사인 당 대회 직전 국제 대회를 열었다가 감염자가 폭증할 경우 방역 성과는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중국이 내년 여름 행사까지 포기하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이 당 대회를 지나 내년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진핑 집권 3기 지도부가 완성돼 안정적으로 출범할 때까지 시한이 늘어난 것이다. 내년 초쯤이면 중국산 오미크론 전용 백신이 일반 접종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도 맞물려 제기된다.

도시 봉쇄 장기화에 따른 중국 경기 침체와 글로벌 공급망 타격은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에 있는 외국 기업들은 제로 코로나로 인한 불확실성 탓에 중국을 떠나거나 투자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광둥성 싱크탱크 광둥체제 개혁연구회의 펑펑 회장은 최근 한 경제 포럼에서 “제로 코로나를 고수한 탓에 외국 투자자가 떠난다면 중국은 걱정해야 할 것”이라며 “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잔인한 조치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中 방역 성과 배워야” 찬사

중국 안팎에서 제로 코로나의 지속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와중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국식 방역 정책에 찬사를 보냈다. 북한은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 발병을 인정하지 않았고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도 거부해왔다. 그러다 지난 12일 처음으로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인정했다. 북한 조선중앙TV에 잡힌 평양 시내를 보면 길가에 사람과 차량이 없어 도시 전체가 텅텅 빈 모습이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전국의 모든 지역을 완전히 봉쇄하고 사업단위, 생산단위, 거주단위별로 격폐할 것을 지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4일 새벽 정치국 협의회를 주재하면서 “중국이 이미 거둔 선진적인 방역 성과와 경험을 적극 따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식 방역 정책을 벤치마킹하겠다고 한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국경을 차단했고 지역별로 봉쇄 정책을 시행 중인 만큼 중국식 전수 검사를 추가로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검사 장비와 의약품이 부족해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은 북한이 코로나19 확산 사실을 공개한 이후 여러차례 지원 의사를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언제든 북한을 전력으로 지원하고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과 방역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요구에 따라 지원과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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