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가게를 운영하는 목사입니다. 어느새 4년째입니다. 지금은 매장이 생겼지만, 이 일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아파트 입구에서, 혹은 길가에서 과일을 팔았습니다.
노점 장사는 날씨 영향도 많이 받고 신고라도 들어가면 그날 장사는 접어야 합니다. 그야말로 불안의 연속입니다. 그래서인지 당시에는 새벽 시장을 갈 때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오늘은 과일을 얼마나 팔 수 있을까. 혹시 남으면 어디에 보관하나 같은 고민이었습니다.
이런저런 불안 속에서도 저만 바라보고 있을 가족을 위해 버텨야 했습니다. 어느 날 달리는 차 안에서 말씀을 묵상하던 중 이 본문에 마음이 붙잡혔습니다.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하시므로 그가 형통한 자가 되어”라는 말씀입니다.
요셉 하면 자연스레 그의 꿈을 떠올립니다. 요셉처럼 큰 꿈을 꿔야 한다거나 어렵고 힘들더라도 하나님이 주신 꿈을 바라보며 고난을 이겨내는 믿음이 필요하다는 식입니다. 하지만 고된 현실 속에서 그런 메시지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힘겹게 사는 평범한 우리와 위대한 영웅의 삶은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 아등바등 사는 우리에게 본문이 주려는 메시지는 뭘까요. 요셉이 그저 위대한 사람이자 총리에 오른 성공한 인물에 그쳤다면 너무 먼 당신일 것입니다. 하지만 노예로 비참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 속에서 우리를 발견할 수 있고 요셉처럼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말씀 가운데 질문을 던져봅니다. 과연 요셉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그는 어떻게 기약 없는 노예의 삶을 버틸 수 있었을까요.
요셉의 믿음이 특별히 좋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우리와 다른 사람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우리는 조금 다른 상상을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노예였던 요셉은 누구를 바라보며 살았을까요.
하나님이 정답이지만 막상 처참한 상황에 빠지면 온전히 하나님만 바라는 건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집과 입을 것, 먹을 것을 주는 보디발에게 더 의존하기 쉬웠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셉은 아버지로부터 하나님의 존재를 알았고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하나님을 찾았습니다. 가엾은 소년의 기도를 외면하지 않으신 하나님께서 마침내 그를 찾아오셨을 것입니다.
성경에 나와 있듯 요셉은 날마다 살아 계신 하나님을 경험했습니다.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 하시므로”(2절). 이 한 문장이 지니는 엄청난 무게가 느껴지시나요. 비록 내일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노예의 신분일지라도 오늘 살아계셔서 말씀하시고 동행하시는 그분을 만날 수만 있다면 아마 인생은 달라질 것입니다.
기독교의 신비는 바로 영원한 현재이신 하나님이 오늘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사실입니다. 매 순간 새롭게 찾아오시는 그분 안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리 정체성은 더 노예가 아니라 그분의 아름다운 자녀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값지고 고귀할 것입니다.
저는 일하는 목사입니다. 초창기 가졌던 새벽의 불안이 사라진 건 불안한 거리에서 그보다 안정적인 매장으로 옮겨서가 아니라 이 진리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현재이신 하나님이 오늘도 나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요셉의 삶을 형통하게 하신 그분이 오늘 내게 하시는 말씀에 귀 기울여 보시길 소망합니다.
박요섭 미와십자가교회 교육목사 (스위트리 대표)
◇일하는 목회자인 박요섭 목사가 주중에 운영하는 ‘스위트리’는 서울 송파구에 있는 과일가게로 싱싱하고 값싼 과일로 주민들에게 기쁨과 달콤함을 선물하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