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벤 버냉키(사진)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고하고 나섰고, 중국 내에서는 코로나19 충격으로 2분기 경제성장률이 1%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16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문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책인 긴축을 하지 않고) 왜 정책을 지연했느냐인데, 되돌아보면 그것은 실수였다”고 말했다. 연준이 긴축 시기를 간과하다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은 코로나19 사태 직후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한 양적 완화를 펼치며 시장에 통화량을 대량 공급했다. 덕분에 미국의 경제는 빠르게 반등했으나 양적 완화 기조를 지나치게 길게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전직 연준 의장이 후임자를 공개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다만 버냉키 전 의장은 파월 의장이 신중론을 펼친 이유로 “그들은 시장에 충격을 주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가능한 한 많은 경고를 사전에 줌으로써 이런 일을 피하길 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성장률이 낮아지고 실업률은 최소 약간 더 올라가며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기간이 있을 것”이라며 “그게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성쑹청 전 인민은행 통계국장은 상하이 봉쇄 등 코로나19 충격으로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1%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경제관찰망 기고에서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이 향후 시나리오에 따라 1.7∼3.2% 범위에서 결정될 것이라면서 이 중 2.1%가량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장기 침체 현상이 2020년 우한 사태 때보다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2020년 우한 사태 때 산업생산과 투자 회복은 전형적 반등을 이뤄냈지만 소비 회복은 매우 느려 1년이 지나서야 예전 수준을 회복했다”며 “우한 사태 때는 사람들이 대체로 빨리 상황이 지나갈 것으로 여겼지만 현재는 코로나 확산이 계속되면서 많은 시장 주체들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우려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