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앵글속 세상] 손이 발이 되도록 짚고 뛰고 넘었다

파쿠르 마스터 코치 김지호씨가 프리스타일 점프 기술로 하늘을 가르고 있다. 그는 이 때가 모든 게 정해진 세상의 틈바구니에서 '나'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김 코치가 서울 종로구 청계천 인근에서 대시 볼트(두 손으로 장애물을 짚으며 넘어가는 형식) 기술로 장애물을 넘고 있다.


김 코치가 주로 사용하는 틱택(벽을 발로 차서 벽 반대쪽으로 점프하는 기술)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김 코치의 손. 17년 간의 파쿠르로 생긴 굳은살이 가득하다.


한국 파쿠르 1세대인 김 코치가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점프 기술로 장애물 넘고 있다. 다중노출기법으로 촬영했다.


매끈한 도심 벽을 맨손으로 오르고 아슬아슬하게 장애물을 통과한다. 건물 사이를 뛰어넘어 사뿐히 착지한다.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고 아주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스포츠 파쿠르다.

전 세계 23명뿐인 파쿠르 마스터 코치 김지호(34)씨는 유년 시절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가 세상의 장애물에 몸을 던지기 시작한 건 영화 ‘야마카시’를 보고 나서다. 김 코치는 “처음에는 무서워서 선뜻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두려움을 극복하고 어려운 동작을 성공했을 때마다 심장이 뛰는 걸 느끼며 인생이 180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파쿠르는 장비나 도구 없이 맨몸으로 즐기는 스포츠로 운동복과 운동화만 있으면 어디서나 가능하다. 물론 캣 패스(장애물에 손을 짚고 밀어서 넘는 것), 틱택(벽을 발로 차서 벽 반대쪽으로 점프하는 기술), 대시 볼트(두 손으로 장애물을 짚으며 넘어가는 형식) 등 다양한 기술을 익혀야 한다. 기술뿐만 아니라 장애물을 넘고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서는 두려움 극복이 필요하다. 김 코치는 탁 트인 건물 사이로 점프할 때나 지형지물을 통과할 때는 모든 것이 정해진 세상의 틈바구니에서 ‘나’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파쿠르는 매일 보는 평범한 거리를 순간순간 새로운 세계로 변화시키는 매력이 있다. 위급 상황이 닥쳤을 때 능수능란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길러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연습해 성공했을 때 오는 성취감도 느끼게 한다. 국내에서도 파쿠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대한체조협회 파쿠르 위원회가 설치되어 위원장을 맡은 김 코치는 본격적으로 전국 파쿠르 대회 개최 및 국가대표 선발, 심판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글=이한형 기자 goodlh2@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