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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교역’서 동맹끼리만 똘똘… 우크라전, 무역까지 바꾼다

한 여성이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오호트니 랴트 쇼핑센터에 있는 맥도날드 가게 앞을 지나가고 있다.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점 맥도날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TASS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무역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전 세계를 무대로 하던 글로벌 무역에서 동맹이나 특정 지역만을 대상으로 하는 식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무역의 형태를 글로벌 중심에서 동맹 중심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글로벌 중심 무역은 중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됐었다.

동맹 중심 무역에 대한 논의는 2020년 시작됐다. 중국이 자국의 거대한 내수시장과 강력한 구매력을 내세우며 ‘무역 무기화’를 하던 시점이다. 2020년 10월 호주가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국제적 조사를 요구한 직후 중국은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를 발표했다.

지난해 영국 보수당 내 강경 단체 ‘중국연구그룹’은 ‘무역을 위한 나토(NATO for trade)’를 제창했다. 이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것으로 SCMP에 따르면 당시에는 어떤 정부도 공식적으로 이를 지지하지 않았다. 전문가들도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보여주는 모습들이 전 세계로 하여금 무역 패러다임에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이나 곡물 등을 통제하면서 전 세계 경제에 일방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로듐그룹의 레바 구존 선임 매니저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무역을 위한 나토’와 같은 제안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며 “G7(주요 7개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징벌적 무역 조치나 일방적인 경제 위협 등을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SCMP에 말했다.

중국 경제는 글로벌 중심 무역으로 크게 발전했다.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이었던 황이핑 베이징대 교수는 최근 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중국이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였다고 SCMP에 말했다. 황 교수는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나라가 거래 대상을 고를 때 신중해지고 있다”며 “현재 공급망을 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동맹 여부다. 동맹이 아닐 때는 무역량이 매우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역 패러다임이 변한다면 한국도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장지에 중국 인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달 초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한국·일본·대만 등 세계 각국은 모두 미국이 만든 글로벌 첨단기술 산업 체제에 속해 있다”며 “이들은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구축하고 있는 동맹에 어느 정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정책적 시사점’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예상되는 2025년에는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의 ‘모호한 중립’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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