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이 땅에서 사역하실 때 그분을 따르던 사람들과 배척한 사람들은 뚜렷이 나뉘었습니다. 본문에서는 예수님을 배척한 부류가 둘로 구분되는데 예수님의 사역을 오해하던 무리와 그분의 사역을 대적하던 무리입니다.
본문은 마가복음에서 가끔 사용되는 샌드위치 구조를 보여주는데, 20~21절과 31절에서 예수님의 가족이 등장하고 한 가운데에 서기관과 예수님의 논쟁이 나옵니다. 예수님의 가족 내용 사이에 서기관들과의 논쟁이 끼어있는 것은 고의적으로 예수님을 적대하던 종교 지도자들의 죄악이 예수님의 가족들의 잘못과도 관계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종교 지도자들은 예수님의 사역을 부정하며 예수님을 향해 귀신 들렸다거나 미쳤다는 등의 소문을 퍼뜨렸습니다. 예수님이 행하신 놀라운 이적과 귀신을 쫓아낸 일이 성령의 권능임을 보았지만 스스로 외면한 채 성령의 역사를 귀신의 일로 치부했습니다.
예수님의 가족들조차 예수님의 공적 사역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았습니다. 본문을 보면, 예수의 어머니와 동생들이 예수님을 찾아오는데(31절), 그 이유는 예수께서 미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21절). 예수님의 공적 사역을 정작 가족들은 오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이 정말 예수님이 미쳤다고 생각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소문을 들은 뒤 사역을 가로막고 억지로 붙잡으려 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예수님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었지만, 오히려 사역을 막게 된 것입니다. 혈통이나 경험을 통해 잘 안다고 해도 예수님의 참 가족이 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십시오.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34절) 혈통이나 인종, 세대와 지위에 상관없이 ‘어떤 형편’이든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시는 ‘누구든지’ 예수님의 참 가족입니다.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입니다(갈 3:28).
또한 하나님의 참 가족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뜻을 알아야 하고, 알게 된 그 뜻을 행해야 합니다. 모두가 하나님의 뜻을 알고 싶어 합니다. 알려주시면 순종하겠다고 다짐하며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의 뜻을 구합니다. 그러나 성경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하나님의 뜻이 이미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 아는 것에 그치면 안 됩니다. 하나님의 뜻을 행해야 합니다.
본문의 맥락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뜻은 회개입니다. 서기관들은 성령의 역사를 알면서도 스스로 진리를 외면했습니다. 이러한 마음 자세가 사실상 용서받지 못할 죄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것처럼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웠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야 합니다(막 1:15).
예수님의 참 가족으로 살기 원하십니까? 말씀을 듣고 지식만 채우지 말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삶을 사십시오.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것이 우리 삶의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과연 하나님께 속했다면 그분의 말씀을 듣게 될 것입니다(요 8:47). 예수님께서는 철저하게 하나님의 뜻을 행하셨습니다.
일생 하나님의 영광을 구하셨고, 마지막 순간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이 피가 되도록 기도하실 때도 하나님의 뜻대로 하시기를 간구하지 않았습니까! 십자가에서조차 “다 이루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모두 이루셨음을 선언하고 돌아가셨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즐거워하십시오. 그분의 뜻을 행하십시오. 그리고 주님과의 친밀한 가족 관계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강화구 목사(부산 제일영도교회)
◇1896년 부산 영도에 설립된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교회다. 이 땅 가운데 하나님 나라 공동체를 세우며, 하나님의 말씀에 굳게 뿌리 내리고 성숙한 삶을 살아가는 성도를 키우기 위해 전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