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합니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육체적 매력에 바탕을 둔 사랑은 덧없습니다. 이런 관계는 우리 삶에서 맞닥뜨리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안 돼요.”
유튜브와 페이스북, 틱톡 같은 뉴미디어와 함께 자극적 만남과 사랑이 범람하는 세태 속에서 그는 여전히 “친밀한 관계 속에 진정한 기쁨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흘러가는 감정에 자신을 맡기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태도와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고도 했다. ‘5가지 사랑의 언어’(생명의말씀사)의 저자 게리 채프먼(84) 목사 얘기다.
그는 24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5가지 사랑의 언어(표 참조)는 30년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 모두에게 유효하다”고 말했다. 1992년 처음 출간된 그의 저서는 전 세계 50여개 언어로 번역돼 2000만부 넘게 팔리면서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2년 넘게 이어져 온 코로나19 팬데믹이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더욱 약화시키진 않았을까. 채프먼 목사는 “코로나가 환경과 일상을 바꾸고, 그로 인한 변화가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관계까지 깨진 못한다”면서 “우리 인간은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다. 일시적 감정이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게 놔둬선 안 된다.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태도와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는 내 감정에 충실해야 한다’거나 ‘마음 가는 대로 해라’ 같은 사고와 행태가 ‘인생의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긍정적인 태도를 선택할 때 현명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고 덧붙였다.
목회자이자 결혼상담가인 채프먼 목사는 한국 젊은이들의 ‘3포 세대’ 문화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3포 세대는 연애·결혼·출산 3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뜻하는 신조어다.
그는 “(3포 세대 문화는) 슬픈 일이다. 이런 현상은 저마다 자기 자신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다시 말해 타인에게 헌신하고 봉사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기 자신을 넘어 타인의 삶을 유익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을 때 비로소 관계의 행복 또한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자세가 곧 건강하고 행복한, 오랫동안 함께 살아가는 결혼생활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했다. 타인에 대한 헌신과 봉사가 부족하다는 그의 지적은 한국의 문화가 젊은 세대 스스로 건사하기에도 너무 팍팍한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채프먼 목사는 결혼을 앞둔 젊은 세대를 향해서도 조언했다. “결혼은 다른 모든 결정보다 더 깊은 영향을 끼치는 행위다. 하지만 성공적인 결혼생활보다는 ‘결혼식’만 서두른다”고 꼬집었다. 결혼 예식보다는 그 뒤에 이어질 결혼 생활을 성실히 계획하고 준비하라는 당부였다.
출간한 지 한 세대(30년)가 지난 시점에서 5가지 사랑의 언어의 유효성에 대해 물었다. 그는 “사랑의 언어들은 여전히 똑같다”고 했다. 이어 “자기에게 의미 있는 사랑의 언어는 여러 개일 수 있다”면서도 “대부분의 사람은 (5가지 가운데) 지배적인 사랑의 언어 한 가지를 갖고 있다. 한 가지 언어가 더 의미 있게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은정 인턴기자,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