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세상속으로…] 체험학습부터 평생교육까지… ‘배움의 센터’ 전도 접점을 넓히다

향기교회가 최근 부산 중구 교회 카페로 이어지는 문을 열어두고 있다.



 
위쪽과 아래쪽 사진은 향기교회 와라아카데미 프로그램에서 부산 사하구 중학생들이 각각 독서대와 머그컵을 만든 모습.


최근 방문한 부산 향기교회(이은수 목사) 입구는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마을 언덕으로 이어지는 긴 계단 중간쯤에 있었다. 투명한 유리 대문 안팎으로 온갖 식물이 빨갛고 노란 꽃과 무성한 잎사귀를 앞다퉈 내밀고 있었다.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가자 카페 공간이 나왔다. 이은수 목사는 “잘 사용하시라”며 한 일행에게 커피 메이커 등을 안겨주고 있었다.

이 목사의 안내로 주택 3개를 하나로 연결한 700여㎡ 넓이 교회를 둘러봤다. 제빵실 화실 예배당 식당 바리스타강의실 등 온갖 시설이 있었다. 그는 “전도지 나눠준다고 전도가 되는 시대가 아니다. 코로나 이후 노방·축호 전도도 어렵다. 사람을 만나려면 다양한 접촉점과 수단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교회 공간과 수업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는 방법을 찾아왔다. 사람 만나는 게 목회”라고 했다.

향기교회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살리기 위해 마을기업인 ㈔향기와 와라아카데미협동조합을 세우고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 행정안전부 승인을 받은 향기는 카페를 운영하고 천연비누 제작과 판매 등을 위해 만들었다. 이듬해 출범한 아카데미는 바리스타 교육과 청소년 대상 자유학기제 수업, 진로적성 체험, 사회복지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이 목사는 “코로나 기간 학생들이 수학여행 등 외부 활동을 못 하면서 많은 학교가 우리 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체험 학습을 신청했다”며 “향기교회 교우, 마을 주민 등이 강사로 나가느라 바빴다”고 했다. 이날은 부산 사하구의 한 중학교 학생 270명을 대상으로 한 체험학습이 예정된 날이었다. 점심 무렵 아카데미 강사로 활동하는 인근 주민 등이 하나둘 교회에 모였다.

윤경란(65)씨는 “회사 은퇴 후 뭘 할까 고민하다 이곳에서 바리스타 과정을 배웠고 운 좋게 강사로 일하게 됐다”고 했다. 이 목사가 “강사 중 최고”라고 치켜세우자 윤씨는 “부끄럽꼬로…”라며 얼굴을 살짝 붉혔다. 백미영(56)씨는 “아이들을 만나 수업을 하니까 생활에 활력이 생겨 좋다. 나는 하나님을 믿지 않지만 밥 먹을 땐 목사님께 기도를 부탁한다”며 미소 지었다.

강사 중에는 교우도 있고 불교 등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도 있다. 이 목사와 강정숙 사모는 강의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강의를 맡은 이웃교회 사모를 차에 태웠다. 강 사모는 “오늘 덥지예?”라고 반갑게 인사했다. 강사 10여명은 수업에 사용될 머그컵 재료, 독서대가 든 가방을 들고 교실로 이동했다. 열심히 독서대를 조립하던 정민재(13)군에게 용도를 묻자 “유튜브 볼 때 쓸 거예요”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이 목사는 여러 교실에 들어가 학생들에게 “재밌니” “뭘 그리는 거니”라며 스스럼없이 질문을 던졌고 학생들도 기분 좋게 답했다. 향기교회는 와라아카데미를 통해 매년 청소년 수천명을 만나고 시민 수백명을 가르친다. 이 목사는 “부산 시내 바리스타 절반은 우리 교회에서 배웠을걸요”라며 농담 같은 진담을 했다.

향기교회 주보에는 ‘향기로운카페, 향기로운사회서비스센터, 사단법인향기, 향기평생교육원, 도서출판향기, 와라아카데미협동조합, 향기목회아카데미 등을 통해 그리스도의 향기가 전해지도록 기도합시다’라는 안내가 있었다. 교인 30명 안팎의 향기교회가 설립한 사역 기관이 무려 8곳이다. 향기교회는 이 기관들을 통해 이웃을 만나고 섬기고 있다.
 
마을기업·평생교육원 세우는 법

이은수 향기교회 목사는 이웃을 만나기 위해 마을기업을 시작했다. 이 목사는 최근 부산 중구 향기교회에서 가진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마을기업은 지역 주민들이 지역 자원을 활용한 수익 사업을 하고 이를 통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라며 "일자리를 창출해 주민들에게 소득을 제공하고 보람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사실상 활성화된 지역 커뮤니티"라고 설명했다.

마을기업은 지자체인 구와 시의 심사, 행정안전부의 실사를 거친 뒤 승인을 받는다. 지역주민 5인 이상이 출자한 법인이어야 한다. 신청은 해당 시·군에 접수하면 된다.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 최대 3년간 1억원을 지원받는다. 이후 추가 지원은 없지만 합법적으로 마을기업을 시작할 수 있다. 마을기업은 평일에 사용하지 않는 교회의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크다.

향기교회의 경우 마을기업 운영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지역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했고 '실버아카데미'를 운영했다. 이를 계기로 부산 중구청 평생학습 바리스타 강좌 제안을 받았다. 작은 교회가 마을기업을 운영할 경우 가장 좋은 점은 지역과 소통할 채널을 갖는다는 것이다.

향기교회는 또 향기평생교육원을 통해 여러 가지 강좌를 제공한다. 평생교육원 설립 자격은 학교법인 시민사회단체 언론사다. 향기교회는 향기로운인터넷신문을 등록했고 이 법인 명의로 평생교육원을 설립했다. 이 목사는 "교회가 시간과 장소를 이웃들과 공유해야 한다. 화장실이나 주차장이라도 개방해야 이웃들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고 했다. 향기교회는 마을기업 노하우 등을 전수하기 위해 향기목회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부산=글·사진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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