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분쟁의 땅입니다. 반면 전 국토가 성경에 등장하는 성지이기도 하죠. 문제는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가 모두 이 땅을 성지로 여기면서 오랜 세월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2000여년 동안 나라를 잃고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이 1948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던 땅에 유대 국가를 세운 게 충돌을 키우고 있습니다. 평화적인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도 있었습니다.
1995년 체결된 오슬로협정이 대표적입니다.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의장이 주도한 협정은 영토와 평화를 교환하자는 게 골자였습니다.
하지만 라빈 총리는 유대인 극우파에 암살당했고 이스라엘은 여전히 점령지를 반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은 곳곳이 분쟁 지역입니다. 예루살렘 남쪽 헤브론의 막벨라굴은 아브라함이 아내 사라를 매장하기 위해 헷 족속 에브론으로부터 400세겔을 주고 산 가족 묘지(창 23:9~20)로, 사라 외에도 아브라함과 이삭 리브가 야곱 레아 등이 매장됐습니다. 이곳은 유대교와 이슬람교 모두의 성지입니다. 양측이 무덤을 둘러싸고 긴 세월 힘겨루기를 하고 있습니다.
바위 사원이 있는 예루살렘 성전산은 더 큰 문제입니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려 했던 모리아산으로 알려진 이곳에 솔로몬이 성전을 세웠는데 전승에 따르면 법궤까지 묻혔다고 합니다. 이슬람교에서는 창시자 마호메트가 여기서 승천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691년 우마이야 왕조의 압드 알 말릭은 그 자리에 바위 사원을 세웠습니다. 지금의 황금 돔입니다.
예루살렘의 의미는 ‘평화의 도시’입니다. 유대인과 무슬림의 인사인 ‘샬롬’과 ‘앗쌀라무 알라이쿰’도 평화라는 뜻이죠. 평화로 가득 찬 도시에 정작 평화가 없는 건 슬픈 현실입니다. 요한복음 2장 13~25절에는 예수님이 성전을 다시 세우겠다고 선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눈에 보이는 성전 이상의 성전이 있다는 걸 강조하며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말라는 당부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보이는 성전’과 ‘밟고 있는 땅’에 대한 집착이 큽니다. 그걸 차지하지 못해 피 흘리는 평화의 도시는 여전히 불안하기만 합니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향하면서 이스라엘을 찾는 성도도 늘고 있습니다. 성지를 향하는 이들의 마음에 그 땅의 평화를 바라는 소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성지를 밟는다는 감격에 앞서 그 땅에 예수가 선포했던 참 평화가 깃들길 바라며 기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