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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BTS 울린 K팝 시스템



아이돌로 대표되는 K팝은 철저히 기획된 상품이다. 오디션을 거쳐 실력과 비주얼을 갖춘 10대를 선발해 보컬 랩 춤 트레이닝을 시킨다. 연습생 시절은 실력이 늘지 않으면 언제 탈락할지 모르는 살벌한 ‘오징어게임’이다. 단체생활을 시작하는 순간, 사생활은 사라진다. 어렵게 데뷔한 후에는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계속 무언가를 찍고 또 찍는다. 휴식은 이동 중 쪽잠으로 해결한다. 이들이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시스템이다. 곡은 주로 기획사의 히트곡 제조기인 작곡가들이 써준다. 방탄소년단(BTS)이 이들과 달랐던 점은 자기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사회적 편견과 억압이라는 총알을 막아낸다는 ‘방탄’이라는 이름처럼 듣는 이가 공감할 수 있는, 속 시원하고 위로가 되는 가사를 직접 썼다.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핵심이다.

비틀스 이후 가장 인기 있는 음악그룹으로 평가받는 BTS의 영향력은 빌보드 차트에만 머물지 않는다. 유엔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초청으로 백악관을 방문해 아시아계 혐오 문제를 환기시켰다. 데뷔 9주년을 맞아 새 앨범도 냈다.

잘살고 있는 줄만 알았던 14일 밤,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그룹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며 개인 활동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어떤 이야기와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되게 중요하고 살아가는 의미인데 그런 게 없어졌다.” 리더 RM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멤버 슈가는 “가사가, 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억지로 쥐어 짜내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시스템이 문제였다. “케이팝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다. 계속 뭔가를 찍어야 하고 해야 하니까 내가 성장할 시간이 없었다.”

K팝 시스템이 연습생을 단기간에 실력 있는 아티스트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내면이 함께 성장하지 못한다면 오래가기 어렵다는 걸 이미 많은 아이돌 그룹이 보여줬다. BTS마저 이를 넘지 못했다. K팝 시스템, 이제 바뀔 때가 됐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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