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북극곰 개체 수는 2만6000마리로 추정된다. 북극권에서 열아홉 군집을 이뤄 살고 있다. 군집이라지만 연구자들이 이들을 관찰할 때 비행기로 1시간을 날면 보통 한 마리가 눈에 띈다. 개체당 서식 반경이 그만큼 넓은데, 2015년 그린란드 동남부 해안을 비행하던 연구팀은 10분 동안 여섯 마리를 목격했다. 해류가 빠르고 부빙(浮氷)이 적은 곳이었다. 북극곰 서식에 부적합해 연구자들이 찾지 않던 이곳에 왜 그리 모여 있는지, 관찰이 시작됐다.
이들은 다른 지역 북극곰에겐 없는 회귀본능을 갖고 있었다. 일반 북극곰은 해빙을 타고 유목민처럼 떠돌며 물범을 사냥하지만, 이들은 얼음이 너무 멀리 떠내려가면 헤엄쳐서 원래 있던 해안으로 돌아왔다. 위도상 북극권을 살짝 벗어난 이곳은 연중 100일 정도만 해빙이 떠다닌다. 100일 사냥해 1년 버티기란 불가능한데, 이들은 육지에서 떨어져 나온 민물 빙하를 타고 가까운 바다를 다니며 1년 내내 사냥하는 법을 익혔다. 유전자를 분석하니 다른 군집과 섞인 흔적이 거의 없었다. 몸집(최고 180㎏)은 일반 북극곰(250㎏)보다 작고, 새끼 수도 적었다. 환경적 특성이 심어준 강한 회귀본능이 독특한 유전형질을 갖게 한 것이다. 최근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한 연구팀은 개체 수 200~300마리의 이들을 스무 번째 군집으로 분류했다.
금세기 말이면 기후변화로 북극곰이 멸종할 거라고 한다. 해빙이 사라져 사냥터를 잃기 때문인데, 해빙 없이도 살아가는 이들이 발견되자 멸종을 피한 ‘미래의 북극곰’ 모습일 거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연구팀은 잡지 ‘애틀랜틱’ 인터뷰에서 ‘최후의 북극곰’에 더 가깝다고 진단했다. 오래전 매머드는 광범위한 서식지에서 모두 사라진 뒤 북극해 랭글섬에서 한동안 명맥을 이어가다 고립된 환경의 위험요소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멸종했다. 그린란드 북극곰이 랭글섬 매머드와 같은 길을 걷게 되리란 것이다. 최후의 매머드는 화석으로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냈지만, 온난화의 예고된 재앙은 최후의 북극곰을 실물로 보여주고 있다.
태원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