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위성(CubeSat)은 가로, 세로, 높이가 모두 10㎝인 정육면체(cube)를 기본 단위(unit)로 하는 초소형 위성을 말한다. 한 단위의 무게는 1.3㎏을 넘을 수 없으며 대개 3~6개의 유닛이 위성 한 기가 된다. 1999년 학생들이 직접 위성을 설계·제작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했던 미국 캘리포니아폴리테크주립대와 스탠퍼드대에서 발표한 국제 규격이다. 그때는 그 크기로는 할 게 거의 없었지만 기술 발전으로 위상이 달라졌다. 스마트폰 하나가 수십년 전 방안을 가득 채웠던 대형 컴퓨터를 능가한다. 지금 큐브위성은 과거 1t이 넘는 대형 위성에 필적하는 성능을 자랑한다.
큐브위성은 2003년 러시아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처음으로 지구 궤도에 올라갔다. 그런데 일반 위성의 100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이 엄청난 장점이었다. 지금까지 1800여기가 발사됐고, 전문기업도 속속 등장했다. 미국 스타트업 기업 플래닛은 100기가 넘는 큐브위성 도브(Dove)에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실시간 제공한다. 각국 정부와 기업은 플래닛의 영상을 구입해 산불을 감시하고, 강과 호수의 수위를 확인해 가뭄에 대비한다. 캐나다와 러시아의 스타트업 기업들은 큐브위성에서 레이저를 발사해 밤하늘에 기업 로고를 새기는 ‘우주 광고판’ 사업을 제안했다.
대한민국 우주개발 역사의 새 장을 연 누리호는 우리 기술로 만든 큐브위성 4기를 지구 궤도에 올렸다. 연세대팀이 만든 ‘미먼(MIMAN)’은 유닛 3개를 연결한 3U 큐브위성으로 3.8㎏에 불과하지만 한반도로 날아오는 미세먼지를 700㎞ 상공에서 감시한다. 카이스트팀이 만든 랑데브(LANDEV)는 피사체를 빛의 파장에 따라 나눠 촬영하는 초분광카메라를 장착해 지하자원을 찾거나 농작물 성장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조선대팀의 ‘스텝큐브2’는 백두산 화산활동을 감시하고, 서울대팀의 ‘스누글라이트2’는 날씨 예측과 쓰나미 감시에 쓰인다. 드디어 우리가 만든 수십, 수백 개의 위성을 부담 없이 우리 손으로 지구 궤도에 올리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고승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