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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콩쿠르 강국



“한국 연주자들이 산사태처럼 몰려와 음악계를 휩쓸었다.” 다큐멘터리 ‘세계가 놀란 한국 음악 영재들’ ‘K클래식 세대’를 제작한 벨기에 티에리 로로 감독의 말이다. 최근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18세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한국인의 국제 콩쿠르 우승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첼리스트 최하영(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시벨리우스), 피아니스트 박재홍(부소니) 서형민(본 베토벤) 김수연(몬트리올) 등도 한국 클래식 열풍의 주역이다.

콩쿠르 강국으로 인정받는 K클래식의 비결은 시스템이다. 재능 있는 아이들을 어릴 적에 발굴해 집중적인 훈련을 시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위탁해 운영하는 한국예술영재원이 그 산실이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음악 영재들은 이곳에서 집중적인 지도를 받는다. 국제 콩쿠르 무대에 서려면 기교만으로는 부족하다. 큰 무대에서 떨지 않고 연주할 담력도 필요하다. 이들은 금호영재콘서트 같은 무대를 통해 꾸준히 실전 경험을 쌓으며 기량을 점검한다. 집중적인 기술 지도와 풍부한 무대 경험, 여기에 부모의 헌신. 한국 클래식 음악가들이 콩쿠르 우승을 휩쓰는 이유다.

성과가 분명하지만 최근 불거진 K팝 시스템처럼 K클래식 시스템 또한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어릴 적부터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기교에만 함몰되기 쉽다. 연습 또 연습. K팝 아이돌처럼 이들 역시 내적으로 채워질 시간이 부족하다. 국제 대회에서 우승을 해도 반짝 인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우승 초반 밀려오던 국내 공연 요청은 어느새 시들해진다. 국내에 클래식 음반을 사고 공연을 보러 가는 인구가 아직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가 아시아 투어를 할 때 일본에선 지방 곳곳을 돌며 한 달 이상 공연을 하지만, 한국에는 길어야 일주일 정도 머무는 게 그런 이유다. ‘콩쿠르 강국’의 영예도 좋지만, 이제는 진정 즐기는 이가 많아지는 ‘클래식 강국’의 꿈을 꾸면 어떨까.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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