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13일 북한 옥류관 주방장은 북 매체를 통해 “평양에 와서 이름난 옥류관 국수(평양냉면)를 처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전혀 한 일도 없다”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에 정진석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서 “나도 옥류관 냉면 먹어봤지만 솔직히 비릿한 게 영~우리 입맛에 안 맞는다. 내세울 게 옥류관 냉면밖에 없는 그쪽 형편 고려해 예의상 그냥 맛있다고 해주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정 의원뿐 아니라 가수 레드벨벳 등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먹어본 이들의 감상평에 ‘비릿한 맛’이 빠지질 않는다. 현지화로 인해 남한식 평양냉면에는 비릿함이 최대한 제거됐지만 어쨌든 다른 냉면에 비해 밋밋하고 담백한 편이다. 남북 평양냉면 차이는 국물 영향이 가장 크다. 북한에서는 긴 겨울의 특성을 활용해 감칠맛 나는 동치미 국물로 냉면을 만든 반면 남한에서는 돼지고기·닭고기 등 육수로 국물을 우려냈다. 맛이 다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특히 여름에 평양냉면의 인기는 대단하다. 조미료 맛에 길들여진 젊은 세대들도 평양냉면의 담백함을 좋아하게 되면 헤어나질 못한다고 한다. 맛집 검색 서비스 ‘식신’을 보면 26일 현재 국내 평양냉면 ‘핫플레이스’만 204곳이나 된다.
우래옥, 을밀대와 함께 서울의 3대 평양냉면 집으로 불린 을지면옥이 25일을 끝으로 을지로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1985년 서울 중구 입정동에 문을 연 을지면옥은 37년간 한곳에서만 평양냉면을 팔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방송인 송해씨 등 유명 인사들과 많은 실향민들이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역사와 전통의 장소도 재개발의 바람을 피하지는 못했다. 마지막 영업일인 25일, 개장 전부터 100여명의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리며 을지로 대표 맛집과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6·25전쟁 72주년에 실향민이 세운 을지면옥이 문을 닫게 된 데 대해 감회가 새롭다는 이들도 있었다. 새로운 곳에서 을지면옥의 명성이 이어지길 바란다.
고세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