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에 있는 화성시니어클럽 1층에는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카페가 있다. 널찍한 공간에 깨끗한 시설, 싸고 질 좋은 음료로 조금씩 입소문을 타는 중이다. 포털 사이트 리뷰에도 “매장 깨끗하고 음료 가성비가 좋습니다” “공간이 넓고 한적하고 조용해서 좋네요” 등 칭찬 일색이다.
리뷰 중엔 이런 소감도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분들이 친절하십니다.” 젊은이 못지않게 빠른 손놀림과 전문적인 고객 대응만 보면 알아채기 쉽지 않지만 카페 직원들이 모두 60세 이상 노인이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을 직원으로 고용해 자립과 사회생활을 돕는 이곳 이름은 ‘노노(No老)카페’다.
지난 24일 노노카페에서 만난 이혜일(67) 어르신은 카페에서 일한 지 6년이 됐다. 이 어르신은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고 즐겁다”며 “나이가 있다고 그냥 집에만 있었으면 우울했을 것 같다. 이곳에서 동료들과 안부를 나누고 손님들과도 대화하며 즐거운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오늘은 출근 날이 아니지만 87세나 되신 김순자 선생님도 얼마나 행복하게 일을 잘하시는데요.”
화성시니어클럽이 만든 노노카페는 화성 인근에 48개 매장을 두고 있다. 화성시니어클럽은 화성시의 위탁을 받아 와~우리교회(박만규 목사)가 운영한다. 2017년 첫 위탁을 받은 지 5년 만인 올해 다시 심사에 통과해 재위탁을 받았다. 노노카페 외에도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재활용 상품 생산, 카페 관련 식자재 및 운영 물품 유통, 환경 정화나 교통안전 지도 같은 공익형 사업 알선 등 노인 복지와 일자리 제공을 위해 사역하고 있다. 화성시니어클럽을 통해 일자리를 얻은 노인의 수는 지난해만 2259명이다.
박만규 목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노인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노인들은 경제적 어려움 외에도 건강 고독 외로움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 이 모든 것을 한번에 해결해주는 것이 일자리 사업”이라며 화성시니어클럽을 위탁받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노인들이 일자리가 생기면 적은 소득일지라도 자신감과 자부심이 생기고, 지속해서 사람을 만나며 인생에 활기를 찾는다”며 “예전보다 교회가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경우가 줄어들었다. 교회는 지역 주민의 필요에 적극적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와~우리교회가 관심을 둔 것은 지역 노인들뿐만이 아니다. 화성시 최초의 장애인 주간 보호센터도 와~우리교회가 처음 만들었다. 박 목사가 2004년 교회에 부임하고 1년 만의 일이다. 장애인 주간 보호센터장에 이어 화성시니어클럽 관장을 맡은 남장숙 사모는 “화성시로부터 장애인 센터가 필요하니 원하는 단체는 신청해달라는 공문을 받았다. 당시 교회에 모이던 성도는 100여명 남짓이었고 교회 사역을 하는 것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지역에서 필요하다고 하니 주저하지 않았다”며 “주중에 비는 교회 공간에 센터를 열었다. 장애인 가정 120가구를 돌며 교육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원생들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시작한 주간 보호센터는 점차 성장했고 교회는 현재 장애인 보호 작업장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허그컵 커피’와 제과점 ‘라온우리’에서 장애인 30여명이 일하고 있다.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했던 장애인 자녀가 들고 온 월급에 부모의 상처가 아물고 희망이 자라는 것을 박 목사 부부는 여러 차례 목격했다.
“화성시니어클럽이나 장애인 시설의 혜택을 보는 이들 중에는 비기독교인도 많죠. 하지만 교회가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을 보면서 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바뀝니다. 교회가 지역을 향한 사랑을 꾸준히, 진정성 있게 보여준다면 신뢰도는 다시 올라갈 거라 확신합니다.”
지자체 연계 복지사업 이렇게
화성시니어클럽 남장숙 관장은 한국교회가 지자체와 함께 지역 복지 사업을 할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지자체가 제시하는 조건에 맞춰야 하는 부담감은 있지만 무리한 요구가 아니기 때문에 교회와 지역이 서로 상생할 방법이라는 것이다. 또 처음부터 크고 대단한 사업에 욕심내지 말고 작은 사역부터 시작할 것을 조언했다.
“와~우리교회에 오기 전에 사역하던 교회에서는 건널목 앞에서 교통봉사를 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시간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일이었죠. 그리고 지역 경로당을 찾아가 청소를 했어요. 냉장고도 정리하고 김장 봉사도 하고요. 요구르트를 들고 가서 어르신들 말벗도 해드렸어요.”
1년, 2년 시간이 쌓이며 어르신과 친분과 애정도 쌓였다. 어르신들에게 교회가 어떤 일을 했으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노인대학을 이야기했다. 노인대학을 여는 첫날, 어르신 80여명이 몰렸다. 박 목사 부부가 그 교회를 떠날 때쯤에는 노인대학이 출석 인원 300여명으로 성장했다. 작은 사역부터 지역에 믿음을 주면 지자체도 교회에 사업을 맡기기 수월해진다.
“작은 교회라고 주저하지 마세요. 크고 멋있게 하는 교회를 바라보지 말고 각자 형편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세요. 이장님이나 부녀회장님을 만나 지역에 필요한 일을 물어봐도 좋아요. 지역에 관심만 가진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화성=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