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눈을 감기 전까지 글을 썼다. 지난 2월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까지 그가 노트에 쓴 육필원고가 책으로 나왔다. ‘눈물 한 방울’이라는 제목의 이 유고집은 2019년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27개월간 노트에 쓴 단상 110편을 수록했다.
책을 출판한 김영사는 2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이 전 장관의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아들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경무 백석대 교수가 참여한 가운데 ‘눈물 한 방울’의 원작 노트를 공개했다.
고세규 김영사 대표는 “지난 1월 3일 연락을 주셔서 선생님을 뵈러 갔더니 침대에 누우신 상태에서 노트를 하나 보여주셨다”면서 “사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원한다면 책으로 만들어 보라고 하셨다”고 출간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책 제목은 ‘눈물 한 방울’이라 하셨고 서문에 들어갈 내용도 구술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개된 고인의 노트는 군청색 표지에 대학노트 크기로 두께가 2㎝ 정도 된다. 고인이 쓴 글 143편과 직접 그린 삽화가 들어 있다. 이 중 110편을 추려 책으로 묶었다. 고인의 육필을 보여주는 사진도 여러 장 수록했다.
강 관장은 “선생은 일찍부터 컴퓨터로 글을 쓰셨기 때문에 육필원고가 많지 않다. 집에도 거의 없다”면서 “육필원고는 보기만 해도 그 사람이 보인다. 책의 끝부분으로 가면 아픔과 고통과 괴로움이 원고용지에서 스며 나온다”고 말했다. 또 “책에 왜 육필원고를 써야 했는가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컴퓨터를 켤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노트에 쓴 것”이라며 “나중에는 핸드 라이팅(손글씨)도 못 하게 돼 누워서 녹음했다. 성량이 줄어들어 결국 녹음도 안 되는 시간이 왔다”고 전했다.
이 전 장관이 구술한 서문에 따르면 ‘눈물 한 방울’은 고인의 마지막 주제였다. 그는 “병상에 누워 내게 마지막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한참 생각했다”며 “‘디지로그’ ‘생명자본’에 이은 그것은 ‘눈물 한 방울’이었다”고 썼다. 이어 “눈물만이 우리가 인간이라는 걸 증명해준다”면서 “우리는 피 흘린 혁명도 경험해봤고, 땀 흘려 경제도 부흥해봤다. 딱 하나,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바로 눈물, 즉 박애다”라고 덧붙였다.
노트의 마지막 기록은 지난 1월 23일 새벽이었다. “누구에게나 마지막 남은 말,/ 사랑이라든가 무슨 별 이름이든가/ 혹은 고향 이름이든가?/ 나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말은 무엇인가?/… 나는 그 말을 모른다/ 죽음이 죽는 순간/ 알게 될 것이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