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관련해 결코 잊을 수 없는 두 사람의 이름이 있습니다. ‘골리앗’과 ‘밧세바’. 두 사람의 이름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순종하던 다윗이 교활하고 잔인한 다윗으로 타락하게 된 과정의 처음과 끝에 서 있습니다. 물맷돌 다섯개로 블레셋의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린 소년 다윗은 기도하는 하나님의 사람이었습니다. 밧세바를 만났을 때 다윗은 그간 겪어온 시련을 통해 백성들에게 인정받는 지혜로운 왕이었습니다. 그러나 순간적인 정욕에 사로잡혀 시작한 일이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다윗과 밧세바’의 이야기는 수 세기에 걸쳐 현재까지 전해집니다. 무엇이 순수한 다윗을 이토록 변질시켰을까요. 다윗은 하나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임을 고백했던 ‘가난한 마음’을 잃어버렸던 듯합니다. 신학자들은 “모든 죄의 근원은 스스로 신이 돼 자신의 삶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도 마음대로 하려는 죄성에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다윗이 죄에서 어떻게 돌이켰는가입니다. 시편 51편에 ‘다윗이 밧세바와 동침한 후 선지자 나단이 그에게 왔을 때’란 표제가 붙어 있습니다. 다윗은 나단 선지자의 설교를 통해 자신의 죄가 얼마나 치명적이고 무거운 것인지 깨달았습니다. 자신의 죄성을 깨닫고 통회하는 마음을 담은 시편 51편은 죄의 고백(1~9절)과 회복을 바라는 일련의 청원(10~17절)으로 구성됐습니다.
이 시는 다윗이 하나님의 자비를 붙잡을 때 어떻게 느끼고 생각했는지 보여줍니다. 다윗은 먼저 유일한 소망인 하나님의 자비와 사랑을 향해 고개를 돌립니다.(1절) 이어서 자신의 죄를 깨끗하게 해주시길 구했습니다.(2, 7절) “주의 많은 자비를 좇아” “내 죄과를 도말하소서” “나의 죄악을 말갛게 씻기시며”란 표현으로 더럽혀진 인격이 정결하게 되기를 갈망했습니다. 특히 ‘우슬초’를 언급했습니다. 구약시대 정결 예식에 사용된 나뭇가지가 우슬초입니다. “우슬초로 나를 정결케 하소서 내가 정하리다”란 구절은 기도로서뿐 아니라 그의 믿음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비록 나는 추하지만, 하나님의 크신 권능으로 죄가 모두 사라질 것”이란 믿음의 고백입니다.
회개하는 다윗의 심령은 여호와께 잘못을 범했다는 느낌으로 가득합니다. 다윗은 자기 죄의 엄중함을 세세하게 고백합니다.(3, 6절) 모든 자백은 그분께 죄를 범한 사실을 상한 마음으로 시인하는데 집약됐습니다. 다윗은 여호와 하나님이 보고 계시는데 끔찍한 죄를 저질렀다고 고백합니다. “주의 목전에 악을 행하였사오니.”(4절)
다윗은 자신의 선천적인 죄성을 발견하고 이렇게 표현합니다. “내가 죄악 중에 출생하였음이여.”(5절) 이는 생명의 지류들뿐 아니라 그 원천도 오염된 상태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모친이 죄 중에 나를 잉태하였나이다”란 표현 역시 모친을 비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뿌리 깊은 죄를 인식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잉태되는 순간에 우리 본성이 죄를 잉태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합니다.
또 ‘뼈를 꺾는다’는 실감 나는 표현은 죄로 인한 영혼의 고뇌 및 하나님의 진노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냅니다. 다윗은 마치 뼈가 부러진 비참한 사람 같았습니다. 그는 육체적인 부상으로 신음하는 것 이상으로 용감했던 기상과 인격이 찢겨 심령이 떨렸습니다.
뼈를 다시 맞추는 고통 역시 심각합니다. 회개는 부러져 고통을 당하는 우리 모든 뼈를 회복시켜 줍니다. 그것은 눈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눈물은 상처 입은 심령의 피입니다. 만일 부서뜨리신 분이 치유해주신다면 모든 상처 부위가 회복될 것이며 고뇌로 떨던 모든 뼈가 벅찬 기쁨을 느낄 것입니다. “주께서 꺾으신 뼈로 즐거워하게 하소서.”(8절)
다윗은 하나님의 메시지를 듣고 양심이 깨어나 죄악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 참회의 시를 썼습니다. 그는 육신을 탐닉할 때 찬송을 잊었지만, 영성이 깨어나자 다시 수금을 들고 눈물과 한숨을 동반한 감격스러운 찬양을 드렸습니다.
시편 51편은 다윗이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은혜를 구하며 지은 시입니다. 다윗의 참회 시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죄인의 지침’으로 불리는 이 시는 하나님의 백성이 지은 죄의 참담함을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을 보여 줍니다. 회개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이 내용을 토대로 기도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초대 기독교 교부 아타나시우스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권면하기를 “밤중에 깨어 있을 때 이 시편을 반복해서 읽으십시오”라고 했습니다. 복음주의 노선의 모든 교회도 이 내용에 익숙합니다. 마르틴 루터는 “교회 내에서 이 시편보다 더 자주 불리거나 기도 내용으로 더 자주 인용되는 것은 없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시편 51편을 묵상하신 후 아래의 순서를 참고해 나만의 참회 시를 써보십시오.
1. 먼저 하나님의 의로우심을 묵상하고 자비를 구합니다.
2. 하나님의 크신 자비와 인자하심에 근거해 죄 용서를 탄원합니다.
3. 자신이 지은 죄가 얼마나 큰지 생각하며 하나하나 고백합니다.
4. 죄에서 구원해 주실 것을 신뢰하는 믿음의 고백을 하고, 죄로 일그러진 마음의 회복을 간구합니다.
5. 죄 사함을 감사하고 주의 선하심을 찬양합니다.
6. 완성된 참회의 시를 묵상 노트에 옮겨 적습니다.
이지현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