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몫으로 재산 중 N분의 1 드리면 돈이 선순환할 것”

지난 5일 서울 노원구 에스겔선교회에서 만난 김동호 목사. 김 목사는 “자신이 가진 것을 남들을 위해 잘 쓰는 것이 잘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인 김동호 목사가 폐암 선고를 받은 것은 3년 전이었다. 항암 치료가 이어지며 김 목사는 신체적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암에 걸린 성도들을 위로한 적은 있지만 본인이 암에 걸릴 줄은 몰랐다.

이런 가운데 김 목사는 기도 중에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내 백성을 위로하라.” 본인이 위로를 받아야 할 판에 하나님은 되레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라고 했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랐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겪으면서 마주한 죽음과 삶, 은혜 등에 대한 생각을 여러 방법을 통해 나눴다. 많은 이들이 김 목사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다. 김 목사가 폐암 판정을 받은 직후 시작한 유튜브 ‘날마다 기막힌 새벽(날기새)’은 구독자가 22만명이 넘기도 했다.

김 목사는 이런 활동을 ‘잘 쓰는 것’이라고 했다. 돈은 물론 자신이 나눌 만한 모든 것들을 다른 사람을 위해 잘 쓰는 것이야말로 ‘잘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잘 쓰면 암도 ‘은사’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지난 5일 서울 노원구 에스겔선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는 이전 일을 회상하며 자신의 삶과 기부관에 대해 밝혔다.

-브리지 소사이어티 유산 기부 위원으로 이번 국민일보와의 공동캠페인에 참여한 계기는 무엇인가.

“혼자 자라서 어느 정도 재산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그게 다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섯 식구가 있었는데 내 몫은 6분의 1이라는 생각을 했고 (가족들과) 다 나눴다. 그런데 새벽기도를 하는데 하나님께서 그러더라. ‘내 것은 안 떼어놨냐? 7분의 1이어야지.’ 그래서 가족들과 얘기했다. 가족들도 하나님 말씀이 맞다고 하더라. 그래서 7분의 1은 하나님의 것이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 성도들에게 이를 설교했다. 하나님의 몫으로서 재산의 N분의 1을 드리자. 그게 내 나름대로 생각하는 유산 기부였다. 교인들도 꽤 좋아했다. N분의 1을 하나님의 몫(유산 기부)으로 떼기만 해도 세상은 돈의 선순환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그런 운동을 시작했다. 장로들은 본인이 죽으면 절반을 주님께 드리겠다. 3분의 1을 주님께 드리겠다 하는 공개 유언장도 쓰더라. 브리지 소사이어티에서 하는 것은 그것보다 한 단계 나아간 것이다. 어쨌든 어느 몫을 떼든지 간에 나와 내 자식만을 위해서 한다면 세상은 나빠질 것이다. 좋은 흐름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유산 기부 운동이 있어야 좋은 세상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한국교회의 어른으로 목회와 NGO 사역을 해왔다. 목사님이 생각할 때 유산 기부 활성화가 이 두 영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는가.

“우리는 예수를 믿는 사람이고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님 나라다. 하나님 나라는 우리가 죽어서 가능한 것도 있지만, 살아서 이 땅에 이뤄야 할 하나님 나라도 있다. 그런데 이 땅에 이뤄질 하나님 나라는 구약에서 많이 표시돼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사야 11장의 이리와 어린양 내용이 대표적이다. 그게 참 마음에 와닿더라. 이리는 강한 동물이고 양은 약한 동물인데, 이리만 사는 세상이 아니라 이리와 양이 서로 섬기며 사는 세상. 이것을 성경은 ‘천국’으로, 하나님의 나라로 표현했다. 말만 하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유산 기부라고 생각한다. 부유한 사람들이 부를 자신에게만 대물림하지 않고 세상으로 흘려보내고, 그것 때문에 많은 어린 양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 그것은 우리가 목회와 NGO 활동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하나님 나라 건설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고령층의 기부 및 나눔이 삶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길 수 있다고 보는지. 실제로 이와 관련한 사례를 들려달라.

“예전에 우리 부부가 목회자 연수 프로그램을 갔는데, 누군가 공항으로 마중 나와 숙소까지 데려다 줬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런 섬김의 일을 하는 분이 은퇴한 대사더라. 또 숙소를 정리하고 청소하는 일을 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있었는데, 그 일을 하는 분들은 부잣집 부인들이었다. 나이 들어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은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큰 보람과 활력을 느낀다고 했다. 물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떨어질 때 빛이 발생하지 않나. 그분들도 그랬다.”

-목사님은 암이라는 아픔을 겪었고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은 이들과 나눴다. 목사님이 생각하는 크리스천 삶의 마지막과 유산 기부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많은 사람이 죽지 않으려고 하지만 안 죽을 순 없다. 삶과 물질에만 집착하면 삶이 망가진다. 폐암 선고를 받으니 멀리 있던 죽음이 내 앞으로 확 오더라. 당황스러웠다. 그럴 때 나는 좀 더 덤벼들었다. 삶이 짧아졌으니 더 잘 살아야지. 정신 바짝 차리고 우울해하지 말고. 유산 기부는 잘 살려고 하는 거다. 부자로 사는 게 잘사는 게 아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잘 쓰는 게 잘사는 거다. 유산 기부도 결국 삶의 마지막에서 유산 안 남기고 다 쓰자는 운동 아닌가. 심지어 나는 돈뿐만 아니라 암도 쓰기로 했다. 암에 걸린 상태에서 여러 방법으로 나누고 위로했더니 사람들이 이전보다 열 배의 위로를 받았다. 암을 은사처럼 활용해 이룬 성과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잘 쓴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이 캠페인을 통해 바라는 바는 무엇인가.

“호주에서 살 때 조그마한 식물 하나를 살릴 때 희열을 느꼈는데, 하물며 사람 살리는 일은 어떻겠나. 젊을 때는 살기 위해 열심히 살았지만 나이 들어서는 사람 살리고 세상 살리는 일을 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나는 지난 3년간 쓰는 것의 행복을 제대로 느꼈다. 깔고 앉아있지 말고 쓰자는 것. 그게 바로 나 자신이 사는 거다. 캠페인을 통해 그 행복의 맛을 보고 그 맛들이 널리 전파되면 좋겠다. 이게 맛집이 되어 유산 기부하는 게 맛있더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소망한다.”

특별취재팀=박지훈 최경식 신지호 기자 조재현 우정민 PD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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