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 로마서 1장 17절 말씀입니다. 이 말씀을 잘 이해하면 교회가 할 일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11일 전북 고창 고창중앙교회에서 만난 전종찬 목사는 ‘이신칭의’로만 알려져 있던 로마서 1장 17절을 새롭게 해석했다. 죄인이 하나님을 믿으면 구원에 이른다는 이신칭의는 마르틴 루터 종교개혁의 핵심 가치로 꼽힌다. 전 목사의 해석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간다. 그는 “예수 믿고 구원의 확신을 얻었다면 믿는 사람으로 사는 게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에서 교회가 감당해야 할 역할이 드러난다”고 밝혔다.
고창은 전북에서도 기독교인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고창의 어머니 교회로 꼽히는 이 교회에는 주일마다 교회학교 학생을 포함해 1100명 가량이 출석한다. 2006년 전 목사가 부임한 이후 교세는 두 배 늘었다. 비결은 ‘동네 교회’가 된 데 있다. 더욱 정확하게는 동네에서 사랑받는 교회가 된 것이었다.
눈에 띄는 프로그램으로 주민에게 다가가기보다 교인들이 주민들과 어울려 사는 데 집중했다. 고창의 지역 특성도 한몫했다. 고창군은 인구가 5만3000여명 수준으로 작은 군이다. 지역이 작을수록 입소문이 중요하다.
전 목사는 “어느 날 우리 교회가 사라졌는데 지역에 아무런 여파가 없다면 그동안 나와 교인들이 잘못한 셈”이라면서 “교인들이 교회 이름으로 무엇을 하든 성실하고 마음을 다하지 않으면 절대 좋은 소문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좋은 주민이 되기 위한 준비는 성경공부였다. 교인을 바른 신앙인으로 양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뒤에는 신뢰받는 주민이 될 것을 강조했다.
전 목사는 “교회가 봉사를 안 해서 욕먹는 것보다 신뢰를 잃어 받는 비난의 무게가 훨씬 무겁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며 “교인들에게도 무엇보다 중요한 건 좋은 이웃으로 사는 것이라는 걸 늘 강조한다”고 말했다.
‘우리 교회로 오라’고 말하지 않는 것도 이 교회 특징 중 하나다. 교회 주보에는 고창군기독교연합회 소속 108개 교회의 명단과 주소가 모두 쓰여 있다. 지역의 건강한 교회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첫 번째고, 집에서 가까운 교회에 출석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게 두 번째다.
교역자들에게는 동네에서 인사를 잘하라고 항상 권한다고 했다. 그는 “목사는 숨만 쉬어도 목회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누굴 만나든 인사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부목사님들에게도 주민들에게 큰 소리로 인사하라고 권하고 나 또한 누구보다 큰소리로 인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인들은 전북 지역의 기독교와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단이 함께 하는 명절 이웃 섬김 행사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어떤 일을 하든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평소의 공감대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010년에 세운 교회 선교관에서는 해마다 고창 지역 교회 여름성경학교 청소년 수련회가 열린다. 지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발표회가 열리는 공간으로도 자리 잡았다.
교회는 최근 ‘이웃 선교회’를 추가로 더 조직했다. 주민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기 위해서다. 전 목사는 “구원받은 교인들의 사명은 그 기쁨을 교회 안에서만 나누는 게 아니라 동네 주민들과 나누는 데 있다”면서 “작은 동네에서 우리의 작은 노력이 큰 열매로 맺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민이 찾는 '동네교회' 비결
고창중앙교회에는 당구장이 있다. 2015년 문을 연 당구장은 교인은 물론이고 주민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코로나19로 2년이 넘도록 문을 닫은 뒤 최근 다시 열어 사용자가 전처럼 회복되지 않았지만 주민들의 사랑방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에는 당구대 3개를 최신형으로 교체하며 시설을 보완했다. 교회 탁구장은 지난해 경기용 탁구대 4개를 설치하면서 교인과 주민들에게 공개했다. 교인들은 언제든 친구들과 당구장과 탁구장을 찾아 운동한다. 당구장과 탁구장은 교회와 주민이 교류하는 접점인 셈이다.
전 목사를 비롯한 부목사들은 조기 축구회에도 참여한다. 팀에서 '라이트윙' 포지션을 맡은 전 목사는 예의바른 선수로 불린다. 부목사들도 마찬가지다. 전 목사는 "남성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사실 조기축구회가 대표적이어서 참여하게 됐다"면서 "운동도 하고 교제도 하고 일거양득"이라고 소개했다.
이 교회 교역자들은 조기축구회 회원들의 개업이나 애경사를 찾는 게 어색하지 않다. 친구가 됐기 때문이다. 전 목사는 "무엇보다 장로님들이 목회자를 믿어 주고 뭘 하든 지지해 주는 게 큰 힘이 된다"며 "최고의 프로그램을 찾기보다 교인들이 마음을 모아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힘쓴 게 동네 교회가 된 노하우"라고 말했다.
고창=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