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장례식이 12일 도쿄 내 사찰인 ‘조죠지’에서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고별식에서는 아베 전 총리의 절친인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조사를 낭독했다. 그는 아베 전 총리에 대해 “외교에 관한 센스와 담력을 가지고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존재를 높였다. 전후 가장 뛰어난 정치가였다”고 추억했다.
아베 전 총리의 부인이자 상주인 아키에 여사는 “이렇게 다정한 사람은 없었다. 언제나 나를 지켜줬다. 정치가로서 남긴 것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씨를 많이 뿌렸으니 싹이 돋아날 것”이라고 조문객들에게 인사했다.
장례식이 끝난 뒤 아베 전 총리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는 그가 30년 정치 활동을 해온 국회와 총리관저, 자민당 본부 등을 순회한 뒤 화장장으로 향했다. 운구차가 총리관저에 도착했을 때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비롯해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등 각료들이 도열해 조의를 표했다.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조죠지 주변에는 많은 시민이 운집해 아베 전 총리를 추모했고, 운구차가 조죠지를 나설 때는 1000명이 훨씬 넘는 시민들이 근처에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시민들은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며 조의를 표했고, 아키에 여사는 운구차에 탑승한 채 연신 머리를 숙여 사의를 표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259개 국가·지역 등에서 1700건 이상의 조의 메시지가 쇄도했다”며 “아베 전 총리가 외교에서 남긴 큰 족적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조죠지에서 진행된 쓰야(通夜·밤샘)엔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 라이칭더 대만 부총통 등 정·재계 외국 인사와 일반 시민 약 2500명이 방문했다. 쓰야는 발인 전날 친척·지인들이 유족을 위로하며 밤을 새우는 행사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본래 12일부터 13일까지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아베 전 총리의 사망으로 하루 앞당겨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라이 부총통은 1972년 일본이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 단교한 이래 50년 만에 일본을 방문한 대만 최고위 정부 관리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조문 외교를 활발히 하며 일본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아베 전 총리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일본 최고 훈장인 ‘다이쿤이킷카쇼케이쇼쿠’를 수여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이 훈장을 받은 일본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4명뿐이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