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학생들의 여름방학이 이번 주 대부분 시작합니다. 교회학교의 여름성경학교도 이 시기에 집중돼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진행되는 오프라인 성경학교는 그 어느 때보다 큰 기대를 부릅니다.
40대 이상 교인에게 여름성경학교에 대한 추억을 물어보면 여름성경학교 교가 ‘흰 구름 뭉게뭉게 피는 하늘에’를 꼽습니다. 1절 가사는 이렇습니다. “흰 구름 뭉게뭉게 피는 하늘에 아침 해 명랑하게 솟아오른다/ 손에 손을 마주 잡은 우리 어린이 발걸음 가벼웁게 찾아가는 길/ 즐거운 여름학교 하나님의 집, 아∼ 진리의 성경 말씀 배우러 가자.”
1950년대부터 수십 년 동안 사랑받던 이 노래의 가사와 경쾌한 멜로디에는 여름성경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의 설레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지난해 99세를 일기로 별세한 박재훈 목사가 작곡한 곡이죠.
아쉽게도 2000년대 들어 이 노래는 교회학교에서 더 이상 불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감각적인 곡조의 찬양이 그 자리를 대신해서입니다. 하지만 여름 행사를 준비하는 교사와 목회자에게는 이 노래를 부르며 시작했던 성경학교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적지 않습니다. 올여름 행사는 예년과 비교해 특별합니다. 준비하는 이들이나 참여하는 이들 모두에게 그렇습니다. 오랜만에 기도원에서 숙식하며 함께 기도하고 찬양하는 것도 그렇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물놀이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문제는 또다시 확산하는 코로나입니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지난 주일, 3개월 만에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방역 당국은 17일 0시 기준 코로나 일일 신규 확진자가 4만342명이라고 발표했는데 지난 10일의 1.98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더블링’(한 주 전 같은 요일과 비교해 갑절로 느는 현상) 현상은 지난 4일 이래 14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파력이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BA.2.75(일명 켄타우로스) 변이 감염자가 발견됐죠.
이런 수치만 놓고 본다면 여름 행사를 계획대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교회는 24개월이 넘도록 모이지 못했습니다.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가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는 셈이죠.
서울의 한 교회 담임 A목사도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온 사회가 거리두기를 완전히 해제했는데 교회가 나서서 모든 행사를 오프라인으로 전환하기에는 목회적 부담이 크다”며 “최대한 방역 수칙을 지키며 안전한 여름 행사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교회 B목사도 “이번 여름 행사는 사역 정상화의 바로미터와 같다”면서 “포기할 수 없는 절박함이 있다”고 했습니다.
올여름 행사는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한 마음으로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설레는 마음이 안전한 여름 행사보다 앞서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흰 구름 뭉게뭉게 피는 안전한 성경학교’를 바라봅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