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법은 1999년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듬해 국무총리 산하에 보상심의위원회가 설치됐다. 지금까지 1만3000여건의 보상 신청이 접수돼 9800여명이 명예를 찾았고, 그중 4900여명이 모두 1140여억원의 보상을 받았다. 1964년 한일회담 반대시위 이후 민주화 과정에서 사망·부상·구금·해직 등을 당한 이들이다. 보상 항목은 보상금·의료지원금·생활지원금이었는데, 모두 일시불로 지급됐다. 한 번 받고 끝나는 방식.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민주화 유공자 예우법’을 다시 꺼내들어 빚어지고 있는 논란은 여기서 비롯됐다.
앞서 특별법으로 제정된 4·19, 5·18 민주화운동 보상법은 자녀와 배우자에 대한 교육·취업·주거 지원이 포함됐다. 일시 보상을 넘어 자녀에게까지 이어지는 혜택. 그것을 같은 민주화운동인데 누군 주고 누군 안 주느냐는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우원식 의원이 재작년 대표 발의한 예우법안에는 서류·필기·면접 등 취업 전형별 가산점 최대 10%(민간 대기업도 적용), 초·중·고·대학(외국인학교 포함) 수업료 면제, 1%대 장기저리 주택대출, 공공·민영주택 특별공급 같은 혜택이 담겼다. 과하다는 여론에 부닥쳐 포기하는가 싶었는데, 지난해 설훈 의원이 다시 발의했다. 수혜자 범위를 한층 더 넓혔던 그는 ‘운동권 셀프 특혜’란 비난 속에 법안을 철회해야 했다.
이렇게 거센 반대여론에는 법안에 담긴 교육·취업·주거 혜택의 가치가 예전보다 월등히 높아진 현실도 한몫했지 싶다. 학자금 대출에 짓눌리고, 취업 관문에 좌절하고,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요즘 청년들은 ‘누구의 자식’이란 이유로 이런 것이 주어지는 상황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세 번째 시도에 나섰다. 우 의원 법안을 다시 밀어붙이며 2전 3기의 끈질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옛 운동권 정서에 공감하는 이들이 지지층에 많아서 그러려니 짐작하지만, 그 시절에 너무 매달리느라 이 시대 청년들의 정서를 돌아보지 못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태원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