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사모는 교회에서 눈에 띄지 않는 것이 미덕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림자처럼 남편과 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이 사모의 좋은 본보기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직업을 가진 사모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자신의 은사를 발휘해 사회에 이바지하고, 일터를 또 하나의 사역지로 여기며 복음화하고 있다.
대구 섬김의교회(서대승 목사) 유현정(42) 사모는 구미 지역 초등학교 교사다. 그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발령지가 계속 바뀌는 탓에 학교와 섬기는 교회가 왕복 5시간이 걸린 시절도 있었다. 그래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내가 받은 은사라고 생각했기에 최선을 다했고, 두 가지 일 모두 잘할 수 있도록 하나님이 힘을 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일하는 사모의 장점으로 성도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사회생활 경험이 적은 목회자는 직장인 성도의 일상을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온종일 고된 일에 시달리다 은혜받고 싶어 교회에 오는 성도의 발걸음이 귀한 것을 알면 목사님들이 설교를 허투루 할 수 없어요. 이런 이야기를 항상 남편에게 상기시켜주죠.”
일터에서는 빛과 소금이 되려고 노력한다. 학교 정책을 정할 때 기독교 가치관을 투영하려 하고 기독 교사들을 모아 격려하는 역할도 한다. 교회에서 학생의 진로를 상담하거나 교회학교 아이들을 섬기는 것도 그의 몫이다. “일터와 교회 모두에서 사역자로 살며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게 일하는 사모의 소명 아닐까요.”
1995년부터 서울 극동방송에서 아나운서 PD 홍보담당자로 종횡무진 일하는 이정민(48) 차장도 성일침례교회(윤상욱 목사) 사모다. “남편이 저에게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아무리 많아 봤자 1000~2000명에게 설교할 수 있지만 당신은 복음 실은 방송을 전국에 흘려보낸다고요.” 이 사모는 복음을 정확하게 전하고 싶어 신학대에 진학했을 정도로 직업정신이 투철하다. 직장인, 사모, 아내, 엄마, 교회학교 사역자 등 맡은 역할을 감당하려 남들보다 몇 배 더 바쁘게 일하는 것도 기쁘게 감당하고 있다.
“일하는 사모들이 성도들에게 당당한 모범이 되고 다양한 분야에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이제 한국교회도 사모들의 달란트를 묻어두지 말고 응원하는 분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일하는 사모가 늘어났지만 아직도 사모에 대한 고정관념은 팽배하다. 지난해 남편이 지방의 한 교회로 청빙받은 A사모는 당회의 반대로 학교 교직원 직업을 내려놓기도 했다. 박유미 안양대 겸임교수는 “생계 때문에 일하는 사모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장려하면서, 소명을 위해 일하는 사모는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사모 역할을 교회 편의대로 규정하려는 이중적 모습”이라고 지적하고 “사모를 목사와 별개의 인격체로 바라보고, 그들의 은사를 발휘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교회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