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스텔라] 유럽도 변신에 빨라진 ‘스틱’의 종말



이 그래프는 현대자동차가 2016년에 판매한 차량의 자동·수동 변속기 비율입니다. 한국과 미국은 흔히 ‘스틱’이라고 부르는 수동 변속기 비율이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유럽은 80.6%에 이릅니다.

유럽인은 왜 스틱을 선호할까요. 우선, 지형적 특징의 영향이 있습니다. 유럽처럼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이 많은 지형에서 빠르게 가속하는 데에는 스틱이 유리합니다. 또 유럽은 미국보다 기름 값이 비쌉니다. 차량을 구입할 때 연비를 중요하게 따지는데, 스틱은 자동 변속기보다 기름을 10~15% 덜 먹습니다.

미국 잡지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문화 차이’를 지목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에는 운전하면서 통화를 하고 유튜브를 보는 운전자가 많습니다.

반면 유럽인은 운전대를 잡으면 좀처럼 다른 일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게 스틱이 많이 팔리는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죠.

그러나 유럽도 바뀌고 있습니다. 2020년 11월에 영국 자동차산업협회(SMMT)가 내놓은 통계를 보면 그해 1~9월 영국에서 판매된 신차 중 스틱 비율은 46%에 그쳤습니다. 2018년 57%, 2019년 51%로 줄다가 2020년에 처음으로 자동 변속기에 역전을 당한 겁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결국 지난달에 스틱 생산을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스틱의 신규 개발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폭스바겐은 내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차량에 자동 변속기만 장착할 계획입니다. 스틱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배경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측면도 자리합니다.

전동화 차량엔 스틱 탑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유럽의 자동차 분석업체 ‘자토 다이내믹스’의 펠리페 무노즈는 “완성차 업체의 ‘탈스틱’ 전략은 빠르게 번질 것이다. ‘돌돌이’ 창문이 전동식 창문으로 바뀐 것처럼 스틱도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스틱은 민감하게 조작하지 않으면 시동이 꺼지기도 합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로에서는 특히 더 불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동(手動), 인간의 손으로 조작하는 뭔가가 또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서글픕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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