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2년 ‘성공회 기도서(Book of Common Prayer)’에 소개된 두 가지 장송곡 중의 하나가 시편 90편입니다. 시편 90편은 인간 존재의 허망함을 하나님의 영원성에 비추어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모세는 자신의 일생을 마치기 전 자신을 포함한 인간의 연약함에 대해서 깊이 깨달았습니다.
하나님은 영원한 분이십니다.(2절) 그러나 사람에게는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것을 기억한다면 겸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원하신 하나님 앞에서 유한(有限)한 인간은 사실 아무것도 아닌 존재입니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겸손입니다.
사람은 ‘티끌’과 같은 존재입니다.(3절) 원래 사람은 흙으로 빚어졌습니다. 사람의 육체는 죽어서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티끌’은 불면 없어지는 존재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존재는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인간이 어떠한 존재인지 깨닫는다면 결코 교만할 수 없습니다.
홍수가 날 때 모든 것이 급한 물살에 휩쓸려 내려가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모든 인간을 홍수처럼 쓸어가십니다.(5절) 우리 연약한 인간들이 높고 위대하신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한 번 불어 버리면 살아남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우리 인간은 ‘풀’과 같은 존재입니다.(6절) 풀이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시들어 버린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풀은 피었다가 곧 시들어 버립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이렇게 연약한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한계를 처음부터 기억한다면 결코 하나님 앞에서 마음을 높일 수 없습니다. 흙으로 지음 받았고, 티끌로 돌아갈 존재가 인간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침에 돋는 풀과 같은 존재입니다. 곧 사라지고 없어질 그런 존재입니다. 풀 같은 존재, 티끌로 돌아갈 존재임을 기억하십시오.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겸손해야 하며, 또 하나님이 맡겨주신 일에 충성을 다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시 90:10) 우리 인생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 땅에서 우리의 생애는 절대 영원하지 않습니다. 거기다가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라고 말씀합니다. 수고했지만 슬픔만 남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자신의 연약함을 깨닫고 오직 하나님만 의지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 90:12) 모세는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라고 기도합니다. 또 우리는 지혜의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나님께 기도해야 합니다. 김창대 안양대 신학과 교수의 저서 ‘한 권으로 꿰뚫는 시편’(IVP)를 보면 ‘지혜로운 마음은, 마음에 율법을 새긴 상태’라고 설명합니다. 마음에 하나님의 법을 제대로 새기지 않기 때문에 고난이 왔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간절히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라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이는 온전히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 나가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손이 행한 일을 견고하게 하소서”(17절)라는 기도는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자신이 아무리 견고하게 해 놓은 일도 하나님께서 허물어 버린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모세는 인생의 연약함을 깨닫고 영원하신 하나님께 미래를 의탁하였습니다. 우리도 모세와 같이 영원하신 하나님께 자기 자신과 가족과 민족의 미래를 맡겨야 합니다. 인간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영원하신 하나님께 ‘지혜로운 마음을 갖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면, 그 생애가 하나님의 뜻대로 온전히 인도함을 받게 될 것입니다. 아멘.
김일국 김해 늘푸른전원교회 목사
◇김해 늘푸른전원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 총회에 소속된 은혜 가운데 부흥하는 성경적이고 건강한 교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