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스텔라] 저무는 엔진의 시대… 31년 만에 운명 맞은 정주영 뚝심



현대자동차는 1980년대까지 일본 미쓰비시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엔진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고(故)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은 고위 임원들을 모아놓고 말합니다. “독자엔진 없인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다. 독자엔진을 개발하라.”

다들 반대했지만 정 회장의 강행으로 1983년 9월 엔진개발실을 신설합니다. 미국 GM에서 근무하던 엔지니어 이현순 당시 현대차 부장(현재 두산그룹 고문)을 삼고초려 끝에 데려와 본격적인 엔진 개발에 착수합니다. 미쓰비시는 ‘현대차가 뭘 할 수 있겠느냐’면서 무시했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경이 쓰였는지 구보 도미오 당시 미쓰비시 회장은 1985년, 1987년, 1989년 총 3차례 한국에 옵니다. 정 회장과 이 부장을 따로 만나 “박사 1명(이현순)으로는 절대 독자엔진을 개발하지 못한다.” “다시 미쓰비시 엔진을 쓰면 로열티를 반으로 깎아주겠다”는 등 회유를 시도했습니다.

1991년 1월 1일, 한국의 첫 독자 개발 엔진인 ‘알파엔진(사진)’ 출시에 성공합니다. 이 부장은 기자회견 다음 날 입이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만큼 혼신을 다했다는 얘기죠. 이 엔진은 현대의 쿠페형 스포츠카 스쿠프에 처음 장착됩니다. 이후 엔진 개발은 계속됐고 2005년 출시한 ‘세타엔진’은 한국을 엔진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바꿔놨습니다. 심지어 미쓰비시도 로열티를 내고 엔진 기술을 배워갔습니다.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죠.

엔진은 자동차의 핵심입니다. 심장에 비유되기도 하죠. 정 회장이 모두의 반대에도 독자엔진 개발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던 건 엔진이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엔진의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내연기관을 고집하던 일본에서도 지난 3월 닛산자동차가 가솔린 엔진 개발을 멈추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엔진 개발센터를 폐지했습니다. 31년 전, 모두의 반대를 무릅쓴 정 회장의 결단으로 현대차는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현대차는 다시 모빌리티 패러다임이 완전히 전환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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