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세상속으로…] 차 마시며 성경공부에 수다도… 이방인의 사랑방 된 ‘카페 교회’

경남 밀양에 있는 ‘다문화 카페교회’에서 최근 이주민 노동자들과 교회 청년들이 환담을 하고 있다. 나이대도 비슷해 서로 이야기가 잘 통한다고 한다.


“여기서 사람들을 만나면 마치 오래된 고향 친구들과 조우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생소했던 성경공부나 나눔 모임도 익숙해졌고요. 이곳에 이런 교회가 있다는 것이 큰 은혜이고 축복입니다.”

지난달 29일 국민일보가 찾아간 경남 밀양의 한 카페엔 다소 낯설어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 차를 마시며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근처 일터에서 일을 마친 후 퇴근한 이주민 노동자들이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해당 장소는 카페가 아니라 세워진 지 얼마 안 된 교회였다. 교회의 이름은 다문화 카페 교회, 줄여서 ‘다카 교회’였다.

다카 교회는 밀양 수산 주물단지에 근무하는 이주민 노동자들과 밀양 거주 다문화가정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설립됐다. 교회 목회자인 최인기 선교사는 밀양 수산 지역 31만평 대지에 대규모 주물단지가 건설됨에 따라 향후 이주민 노동자 1800여명이 모일 것이란 정보를 듣고 교회 설립을 추진했다.

다만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숱한 고민이 있었다. 다년간 부산대 외국인 유학생 선교사역을 이끌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지속하고 싶었고, 이주민 노동자들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도 있었다. 끝내 마음을 접으려고 했지만, 기도와 묵상을 통해 극적으로 돌이켰다. 최 선교사는 “이와 관련해 장시간 기도와 묵상을 했는데, 주님이 아브라함에게 이스라엘 백성뿐 아니라 이방 사람들을 위해서도 이 땅을 유산으로 할당하라고 명령한 부분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며 “그 즉시 순종했고 교회 개척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큰마음을 먹고 ‘좁은 문’으로 들어갔지만, 곧바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교회 개척은 혼자 힘으로 하기엔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버거운 일이었다. 동역자가 필요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밀양 지역에서 사역하는 교회 목사들과 일반성도 리더 그룹 연합체인 ‘밀양선교협의회’가 있었다. 최 선교사는 이곳을 찾아가 자신의 뜻을 밝히며 동역하자고 설득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이제 외국인들이 물밀 듯 밀려오는 나라이고 매년 이의 상승 곡선은 뚜렷하다. 이제는 안방 선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지역 목회자들이 크게 공감했고 함께할 것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사실상 초교파 연합 지원으로 다카 교회가 설립될 수 있었다.

다카 교회의 이주민 노동자 사역은 곧 모든 밀양 지역 목회자들의 사역 활동이 됐다. 밀양선교협의회와 최 선교사가 사역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했고, 교회별로 일정 구역을 배분받아 집중적인 사역을 펼쳤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이주민 노동자들을 전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언어가 달라 의사소통도 녹록지 않았고, 사역 내용을 간단명료하게 전달하는 것도 어려웠다. 최 선교사가 걱정했던 대로 일부 노동자들은 사역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언가 사역 효과를 드높일 만한 방안 마련이 시급했다.

최 선교사는 과거 자신이 했던 사역을 떠올렸다. 그는 중국어를 못 했지만, 부산대 중국 유학생 교회를 개척한 적이 있었다. 이때 큰 도움을 줬던 것이 복음을 전하는 교재(T&M)였다. 이 교재는 다카 교회가 소속된 교단을 후원하는 OMS 선교단체가 공급한 것이다. 알기 쉽게 성경공부를 할 수 있고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이 잘 돼 있어, 전도할 때 활용하면 안성맞춤이다.

최 선교사는 “이 교재 교육을 받고 나 자신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말을 몰라도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수월하게 성경을 가르치고 전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일단 한국어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개인 또는 그룹으로 만난 후 T&M 교재를 적극 활용해 복음을 전하는 전략”이라고 전했다.

최 선교사 본인은 물론 동역하는 목회자들에게도 해당 교재가 대거 전달됐다. 동역자들도 교재의 성능을 알아보고 전도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는 생각보다 좋았다. 이전보다 전도 성과가 2배 이상 커진 것이다. 최 선교사는 교재뿐만이 아닌 접촉을 더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공간 마련에도 힘썼다.

이에 따라 교회 내부를 카페처럼 만들었다. 이주민 노동자들은 교회가 마냥 엄숙하고 딱딱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이는 교회 진입을 가로막는 심리적 장벽이기도 했다. 그런데 다카 교회를 보니 그 편견이 사라졌고, 좀 더 마음 편하게 교회로 올 수 있게 됐다고 이주 노동자들은 말했다.

최 선교사는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교회는 어느 정도 정착됐지만, 아직도 믿지 않는 이주민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때로는 지칠 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하나님의 뜻대로 이방 족속들을 위한 전도와 섬김의 유업을 반드시 완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지금 밀양에서 하는 모든 일이 하나님께서 주신 뚜렷한 비전임을 고백한다”며 “우리는 하나님께서 주신 백지를 받은 것이고, 그분께서 이 백지 위에 그려가실 그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양=글·사진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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