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사함’ 받기 전 심정을 고백한 다윗 “뼈가 쇠하였고, 진액이 다 빠져…”

픽사베이




시편 32편은 ‘다윗의 마스길’이란 표제가 붙어있습니다. 마스길(maskil)은 ‘깨닫다’ ‘생각하다’라는 뜻으로 주로 교훈적이거나 명상적인 시편의 제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시편 32, 42, 44, 45, 52~55, 74, 78, 88, 89, 142편 등 모두 13개의 시편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윗이 교훈을 주기 위해 기록한 이 시편은 죄의 고백과 용서가 담긴 참회의 시이기도 합니다.

많은 학자는 시편 32편이 시편 51편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봅니다. 둘 다 회개에 대해 언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잘 알듯이 시편 51편은 다윗이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를 범한 뒤, 나단 선지자를 통해 죄를 깨닫고 통회하면서 쓴 시입니다. 그때 다윗은 주님께 자신을 회복시켜 달라며 “그리하면 내가 범죄자에게 주의 도를 가르치리니”(시 51:13)라고 약속했습니다. 시편 32편이 다윗이 회복된 이후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쓴 시라고 보는 것입니다.

시편 32편은 “지혜의 근본은 자신이 죄인임을 아는 것”이라고 말했던 아우구스티누스가 가장 사랑했던 시이기도 합니다. 그는 병상에 누워 벽에 써 놓은 이 시를 바라봤습니다. 인간은 죄를 고백해야만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아우구스티누스는 알았던 것 같습니다.

시편 51편은 회개가 개인적이며 구체적으로 표현된 데 비해 시편 32편은 회개가 일반적이고 교리적인 서술이 있습니다. 또 시편 32편은 고통의 과정을 모두 다 겪고서 용서함을 받은 후에 지은 시입니다. 용서를 받은 후 지난 삶을 돌아보니, 용서를 받지 못했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노래합니다.

다윗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님 앞에서 의인, 정직한 자가 어떻게 죄의 문제를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말해줍니다. 시는 시인 개인의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참회는 개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향한 참회의 권고로 이어집니다.

시의 구성은 사죄의 은총을 받은 자의 복됨(1~2절), 사죄의 기쁨에 대한 시인의 간증(3~6절), 사죄의 은혜에 대한 시인의 감사(7절), 백성들을 향한 시인의 회개 권면(8~11절)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다윗은 완악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자신의 죄를 고백하지 않았을 때를 “내 뼈가 쇠하였다”(3절)고 표현했습니다. 그 말은 ‘내가 죄를 고백하지 않고 온종일 신음할 때 내 뼈들이 다 녹아내렸습니다’라는 말입니다. 즉 다윗이 죄를 숨겼을 때 가장 먼저 양심의 심한 고통을 겪었고 그것으로 그의 몸이 매우 쇠약해졌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더욱 강렬한 표현이 나옵니다. “주의 손이 주야로 나를 누르시오니 내 진액이 빠져서 여름 가뭄에 마름 같이 되었나이다.”(4절) 이 말은 ‘밤낮으로 주의 손이 나를 짓누르시니 한여름 뙤약볕에 있던 것처럼 내 원기가 빠져 버렸다’는 의미입니다. ‘주의 손’은 회개치 않는 자에게 내리는 진노의 손으로 ‘근심’과 같은 것입니다. 근심으로 몸속의 체액이 다 태워져, 마치 여름 가뭄과 같이 돼버렸습니다. 이 시는 자신의 죄의 상태를 이렇게 비참하게 여기는 사람만이 구원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노래합니다.

다윗은 죄 사함의 기쁨을 이렇게 노래합니다. “이로 말미암아 모든 경건한 자는 주를 만날 기회를 얻어서 주께 기도할지라 진실로 홍수가 범람할지라도 그에게 미치지 못하리다 주는 나의 은신처이오니 환난에서 나를 보호하시고 구원의 노래로 나를 두르시리이다.”(6~7절)

진정으로 회개한 사람만이 이런 교훈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허물의 사함을 받고 자신의 죄가 가려진 자는 복이 있도다. 마음에 간사함이 없고 여호와께 정죄를 당하지 아니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내가 입을 열지 아니할 때에 종일 신음하므로 내 뼈가 쇠하였도다. 주의 손이 주야로 나를 누르시오니 내 진액이 빠져서 여름 가뭄에 마름 같이 되었나이다.(셀라) 내가 이르기를 내 허물을 여호와께 자복하리라 하고 주께 내 죄를 아뢰고 내 죄악을 숨기지 아니하였더니 곧 주께서 내 죄악을 사하셨나이다.(셀라) 이로 말미암아 모든 경건한 자는 주를 만날 기회를 얻어서 주께 기도할지라 진실로 홍수가 범람할지라도 그에게 미치지 못하리이다. 주는 나의 은신처이오니 환난에서 나를 보호하시고 구원의 노래로 나를 두르시리이다.(셀라) 내가 네 갈 길을 가르쳐 보이고 너를 주목하여 훈계하리로다. 너희는 무지한 말이나 노새 같이 되지 말지어다 그것들은 재갈과 굴레로 단속하지 아니하면 너희에게 가까이 가지 아니하리로다. 악인에게는 많은 슬픔이 있으나 여호와를 신뢰하는 자에게는 인자하심이 두르리로다. 너희 의인들아 여호와를 기뻐하며 즐거워할지어다 마음이 정직한 너희들아 다 즐거이 외칠지어다.”(시 32:1~11)

1. 시편 32편을 묵상하면서 가장 의미 있게 다가온 말씀에 밑줄을 치십시오.

2. 나에게 주는 깨달음은 무엇입니까?

3. 하나님께 마지막으로 드린 회개 기도를 떠올려 보십시오. 그때가 언제였습니까. 그것이 참으로 오래되었다면, 어쩌면 내가 죄를 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죄에 둔감해진 것일 수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처럼 병상에 누웠을 때, 벽에 써 놓고 묵상할 수 있는 기도문을 써보십시오.

① 현재의 삶, 은총을 받은 자의 복됨을 선포하십시오.
② 회개의 기쁨에 대해 고백하십시오.
③ 회개를 통해 누릴 수 있는 은혜를 감사하십시오.

4. 완성된 기도문을 묵상 노트에 옮겨 쓰십시오.

이지현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