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목사님이 설교할 때 로만 칼라, 나비 타이, 넥타이, 라운드 반팔 티셔츠, 한복 등 의상을 자주 바꿉니다. 목회자 가운은 착용하지 않습니다.
A : 설교자의 의상은 설교와 상관이 없습니다. 설교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스피커일 뿐입니다. 메시지가 좋아야지, 확성기 색깔과 모양을 이것저것 바꾼다고 설교가 달라지는 게 아닙니다. 설교자가 유행에 편승하거나 멋 부릴 이유는 없습니다. 지나친 기교를 동원하거나 포장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설교자의 행색이나 꾸밈이 혐오감을 준다든지 거부감을 주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패션의 유행은 바뀌기 마련입니다. 설교자가 마치 유행을 선도하듯 다양한 차림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진정성 있는 설교, 소통이 성립되는 설교, 하나님 말씀 선포에 충직한 설교를 준비하고 전하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설교할 때뿐 아니라 목회자의 일상적 차림도 구별돼야 합니다. 첫째, 단정해야 합니다. 주일 예배를 인도하는 목사가 반바지에 반팔 라운드 티셔츠를 입고 슬리퍼를 신고 등단한다면 누가 그에게 박수를 보내겠습니까. 언행도 차림도 단정해야 합니다.
둘째, 때와 장소에 맞아야 합니다. 장례식 집례하는 사람이 하얀 양복에 빨간 타이를 맨다면 때와 장소에 맞지 않습니다. 예배의 중심은 예배자들이 아닙니다. 그들의 기호나 취미에 맞추려는 시도는 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의상만 갖춘다고 바른 예배나 설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때와 장소 분별없이 의상이나 태도를 바꾸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평범한 멋, 사치스럽지 않는 품위를 지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티 나지 않는 영성, 보이지 않는 중후한 멋을 지닐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입니다.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하여 수시로 의상을 갈아입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지나치게 튄다’ ‘사치스럽다’ ‘요란스럽다’ ‘안 어울린다’ ‘변덕스럽다’는 평은 듣지 않는 게 좋습니다. 평범한 게 좋은 것입니다.
박종순 목사(충신교회 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