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1A 경우 ‘위 절제술’보다 앞서
수술 시간 짧고 회복 시간도 빨라
6~12개월마다 검사… 5년 관찰 필요
조기 발견 중요… 2년마다 검진 권고
수술 시간 짧고 회복 시간도 빨라
6~12개월마다 검사… 5년 관찰 필요
조기 발견 중요… 2년마다 검진 권고
직장인 건강검진을 통해 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K씨(48)는 위암 1기 진단을 받고 수술을 고민했다. 위를 절제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소화기내과에서 간단한 내시경 시술로 암을 제거하고 1주일 만에 직장에 복귀했다. 국가암검진사업 일환으로 40세 이상에게 2년 간격의 위내시경 검사가 권고되면서 약 70%의 위암은 위에 국한해 발견된다.
이런 조기 위암은 대부분 1기로 완전 절제 시 5년 생존율이 98%에 달한다. 반면 위암이 다른 장기에 퍼진 4기는 5년 생존율이 5% 이하로 뚝 떨어진다. 초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조기 위암은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위는 표면으로부터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층의 순서로 샌드위치처럼 층을 구성한다. 조기 위암은 암세포가 점막층과 점막하층을 침범한 경우를 말한다. 근육이나 장막층까지 깊게 파고든 경우와 달리 얕은 층에만 증식된 암세포는 다량의 출혈을 일으키지도 않고 림프절이나 다른 장기로 옮겨가는 경우도 적다. 그렇다 보니 빈혈이나 구토, 검은색 변, 통증, 식욕부진, 체중감소 같은 암 의심 증상이 나타나기 어렵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최윤진 교수는 8일 “따라서 암이 위에 국한된 상태로 발견되려면 자각 증상이 없어도 국가가 권고하는 위내시경 검사를 2년마다 빼먹지 말고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기 위암의 많은 경우는 앞서 K씨처럼 배를 가르는 수술 없이 내시경을 이용한 절제술로 치료가 가능해졌다. 조기 위암 진단율이 증가한 만큼 내시경 절제술 시행도 느는 추세다. 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4차 위암적정성평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위암에선 위 절제술이 61.9%로 내시경 절제술(38.1%)보다 훨씬 더 많이 시행됐다. 하지만 위암 1A기(조기 위암 중 림프절 전이가 없는 단계)는 내시경 절제술(45.2%)이 위 절제술(42.4%)을 앞질렀다. 위 절제술은 암 위치에 따라 위의 전부 혹은 절반 정도를 잘라낸다.
내시경 절제술은 상대적으로 간단해 환자 부담이 덜하다. 병변의 크기나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소요 시간이 1시간 안팎으로 2~3시간 걸리는 수술에 비해 짧다. 또 전신마취가 아닌 진정(수면)상태에서 시행해 합병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가장 많이 시행되는 방식이 ‘내시경점막하박리술(ESD)’로 내시경 끝에 달린 특수 칼로 생선회 뜨듯 암 부위만 살짝 벗겨낸다. 먼저 수면 상태 환자에게 내시경을 삽입한 뒤 위의 4개층 가운데 점막하층에 액체(생리 식염수)를 넣어서 부풀린다. 그 아래 근육층의 손상 없이 병변 박리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어 병변 둘레를 칼로 절개해 암 부위를 포함해 충분한 깊이로 점막하층을 도려낸다. 최 교수는 “박리술의 장점은 위의 보존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수술 환자들은 위 주변 미주신경이 손상되거나 위의 아래 절반이 제거돼 음식물이 십이지장으로 잘 넘어가지 않아 소화불량을 느낄 수 있다. 또 위의 전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으면 철분이나 비타민B의 흡수에 제한이 있고 체중이 줄어든다. 박리술은 도려낸 상처가 아물면 이런 후유증을 겪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모든 조기 위암에 ESD를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통상 병변 깊이가 점막층까지 국한된 경우, 암 크기는 2㎝이하, 암세포 분화도가 좋은 경우(정상세포에 가까움) 박리술 대상이 된다. 내시경 절제술은 수술과 다르게 위 바깥에 존재하는 림프절의 암세포 유무를 조직검사로 알 수 없기 때문에 림프절 전이가 없는 환자를 잘 선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암이 남아있지 않게 완전 절제하는 것이 ESD의 1차 목표이지만 암이 점막하층의 아래에 깊이 침투했거나 주변 림프혈관으로 침범한 것이 확인되면 림프절 전이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이런 형태의 조기 위암이 20%정도 된다. 이땐 위 절제 수술을 추가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내시경 절제술 기준을 넘어서는 환자들은 수술을 해야 한다. 다만 고령이거나 중증의 심폐질환이 동반돼 전신마취 부담이 큰 환자, 수술할 경우 합병증이 높게 예상될 경우 수술 대신 내시경 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기존 수술만 가능했던 ‘미분화 조기 위암(분화도가 좋지 않지만 크기가 작은 위암)’에 국내 최초로 내시경 절제술을 시도하는 등 이 분야 치료를 선도하고 있다.
최 교수는 “다만 내시경 절제술 시행 중 출혈과 천공(위벽 뚫림) 등이 초래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고 경험 많은 의사한테 시술받는 게 권고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내시경 절제 후에도 남은 위 점막에서 암이 새로 발생할 수 있어 6~12개월마다 위내시경과 CT검사 등을 통해 5년간 추적 관찰해야 한다.
글·사진=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