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평생을 이웃 위해 베푸신 우리 목사님 마지막까지 나누고 잘 돌아가셨어요”

생전의 하용택(앞줄 오른쪽) 목사가 2019년 5월 장남인 하성보(왼쪽) 목사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성보 목사 제공


‘평생 이웃 돌보던 하용택 목사, 장기 기증하고 떠났다.’ 지난 3일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읽다가 생전의 하 목사님은 어떤 분이었을지 궁금했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을 통해 하 목사님의 아내인 황순자(77) 사모님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우리 목사님 잘 돌아가셨어요. 제가 조금 적적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하나님이 고생하신 목사님을 큰 고통 없이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8일 전화로 만난 황 사모님의 음성은 예상과 달리 밝았습니다. 웃음 소리도 컸습니다. ‘정말 남편을 잃은 분인가’ 싶을 정도로 슬픈 기색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81세로 세상을 떠난 하 목사님은 주일이었던 지난달 24일 밤, 집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지만 뇌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뇌출혈이 심해 치료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생전의 그는 “죽으면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공언해 온 터라 황 사모님은 병원 측에 남편의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습니다. 덕분에 하 목사님의 깨끗한 간은 새 생명에게 전달됐습니다.

경북 의성 출신인 하 목사님은 25세 때 신학에 입문해 서른이 되기 전 목사(예장합동 소속)가 됐습니다. 하 목사님이 걸어온 삶의 여정은 ‘좁은 길’의 연속이었습니다.

황 사모님은 “울산부터 경북 청도, 풍기, 상주, 의성 등 시골 지역에서 줄곧 목회를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교회도 작고 성도도 많지 않은 개척교회가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황 사모님은 “(하 목사님은) 나누고 베푸는 데 힘을 쏟았다”면서 “동네 고아들을 집에 데려와 자신의 속옷까지 내어주며 보살폈다”고 지난날을 회고했습니다.

큰아들 하성보(55·봉화 명호제일교회) 목사는 “아버지는 목회밖에 모르셨죠. 늘 말씀대로 살고자 애를 쓰신 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뒤를 잇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서원 기도로 목사가 됐다는 그는 아버지가 섬겼던 교회들보다 더 깊은 산골인 경북 봉화의 시골 마을에서 목회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하 목사는 “아버지는 평소 죽음을 얘기하실 때마다 가족들을 고생시키기 싫다면서 ‘나는 천국에 홀연히 가고 싶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렇게 떠나셨다”며 “기도의 응답 같다. 아버지가 잘 돌아가셨다”고 했습니다.

하 목사님의 말년 또한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10여년 전 은퇴한 하 목사님 내외는 울산 울주에 있는 울주교회(한만상 목사)의 엘하우스(하나님의 집)에 입주했습니다. 이곳은 무료로 운영되는 은퇴 교역자를 위한 숙소입니다.

하 목사님 부부는 이곳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쉬지 않았습니다. 이들 내외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인근 학교에서 화단 청소 등을 하거나 폐지 수거 등을 이어왔습니다. 그렇게 번 돈을 개척교회와 고아를 돕는 NGO에 꼬박꼬박 보냈다고 황 사모님은 전했습니다.

맡은 사명과 사랑을 끝까지 실천하다가 떠난 하 목사님은 이 땅의 임무를 완수하신 분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목사님 잘 돌아가셨어요”는 하 목사님을 향한 최고의 헌사가 아닐까요.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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