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이웃 돌보던 하용택 목사, 장기 기증하고 떠났다.’ 지난 3일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읽다가 생전의 하 목사님은 어떤 분이었을지 궁금했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을 통해 하 목사님의 아내인 황순자(77) 사모님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우리 목사님 잘 돌아가셨어요. 제가 조금 적적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하나님이 고생하신 목사님을 큰 고통 없이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8일 전화로 만난 황 사모님의 음성은 예상과 달리 밝았습니다. 웃음 소리도 컸습니다. ‘정말 남편을 잃은 분인가’ 싶을 정도로 슬픈 기색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81세로 세상을 떠난 하 목사님은 주일이었던 지난달 24일 밤, 집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지만 뇌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뇌출혈이 심해 치료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생전의 그는 “죽으면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공언해 온 터라 황 사모님은 병원 측에 남편의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습니다. 덕분에 하 목사님의 깨끗한 간은 새 생명에게 전달됐습니다.
경북 의성 출신인 하 목사님은 25세 때 신학에 입문해 서른이 되기 전 목사(예장합동 소속)가 됐습니다. 하 목사님이 걸어온 삶의 여정은 ‘좁은 길’의 연속이었습니다.
황 사모님은 “울산부터 경북 청도, 풍기, 상주, 의성 등 시골 지역에서 줄곧 목회를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교회도 작고 성도도 많지 않은 개척교회가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황 사모님은 “(하 목사님은) 나누고 베푸는 데 힘을 쏟았다”면서 “동네 고아들을 집에 데려와 자신의 속옷까지 내어주며 보살폈다”고 지난날을 회고했습니다.
큰아들 하성보(55·봉화 명호제일교회) 목사는 “아버지는 목회밖에 모르셨죠. 늘 말씀대로 살고자 애를 쓰신 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뒤를 잇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서원 기도로 목사가 됐다는 그는 아버지가 섬겼던 교회들보다 더 깊은 산골인 경북 봉화의 시골 마을에서 목회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하 목사는 “아버지는 평소 죽음을 얘기하실 때마다 가족들을 고생시키기 싫다면서 ‘나는 천국에 홀연히 가고 싶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렇게 떠나셨다”며 “기도의 응답 같다. 아버지가 잘 돌아가셨다”고 했습니다.
하 목사님의 말년 또한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10여년 전 은퇴한 하 목사님 내외는 울산 울주에 있는 울주교회(한만상 목사)의 엘하우스(하나님의 집)에 입주했습니다. 이곳은 무료로 운영되는 은퇴 교역자를 위한 숙소입니다.
하 목사님 부부는 이곳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쉬지 않았습니다. 이들 내외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인근 학교에서 화단 청소 등을 하거나 폐지 수거 등을 이어왔습니다. 그렇게 번 돈을 개척교회와 고아를 돕는 NGO에 꼬박꼬박 보냈다고 황 사모님은 전했습니다.
맡은 사명과 사랑을 끝까지 실천하다가 떠난 하 목사님은 이 땅의 임무를 완수하신 분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목사님 잘 돌아가셨어요”는 하 목사님을 향한 최고의 헌사가 아닐까요.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