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호기롭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사기를 당해 사업 자금을 탕진했고 결국 술과 노름에 빠졌습니다. 주변 어느 사람도 제게 단돈 만원 한장도 빌려주지 않았습니다. 이런 저를 위해 눈물 흘리던 아내의 권유로 기도원에 들어가 눈물로 사흘 밤낮을 금식하며 기도하던 제게 주님은 위로를 건네주셨습니다.”
지난달 28일 만난 진중섭 금강테크 회장(71·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은 이같이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이내 그는 “1994년 가진 것 하나 없이 사업을 시작하느라 처음이 무척 어려웠지, 그 이후엔 하나님의 이끄심과 은혜로 무탈하게 지내온 것 같다”며 다시금 미소를 지었다.
믿음의 기업을 꾸려 나가겠다고 마음먹은 진 장로답게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에 있는 그의 회사 곳곳엔 꿈과 비전과 관련된 성경 글귀 액자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승강기 부품, 특히 출입문 개폐 장치 전문 기업인 금강테크의 경영방침은 ‘하나님 주신 지혜로 최고의 품질을 창출하며, 앞서가는 기업이 돼 큰 축복을 받아 누리고 베풀며 하나님께 기쁨 되자’이다. 사훈도 ‘주안에서 서로 사랑하며 주신 은혜에 감사하자’이다.
‘품질은 절대 양보 못 한다’는 소신으로 기업을 꾸려온 진 장로는 지난 7월 26일 승강기 출입문 조립체의 강화된 안정성 시험을 업계에선 가장 먼저 통과했다. 승강기안전기술원이 시행한 승강기 출입문 조립체의 1000줄(100㎏의 충격체를 높이 1.02m에서 낙하시키는 힘) 충격 시험 결과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것이다. 승강기안전관리법상 기존 기준은 450줄(45㎏)이었다. 하지만, 최근 장애인용 전동 휠체어 보급이 늘며 전동 휠체어와 엘리베이터 문과의 추돌로 인한 추락사고가 잦아지자, 승강기안전기술원은 한층 강화된 기준을 충족시켜줄 기술 개발을 업계에 독려했다.
진 장로와 이우혁 차장, 권오철 설계실장을 필두로 전 직원이 두 달 밤낮을 새워가며 기술 개발에 몰두한 끝에 결국 충격 시험에서 적합 판정을 받고 특허 출원까지 할 수 있었다.
진 장로는 “회사 연구원들의 노력과 승강기안전기술원의 도움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옆에 있던 권 실장은 “회장님의 의지가 워낙 크셔서 두달 내내 시달렸다”면서도 “회장님이 줄곧 강조하신 소명이 ‘사회의 안전에 기여’였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 장로가 늘 자신의 기업 경영 철학으로 꼽는 것도 ‘약자를 배려해 약자들이 편해지는 세상, 사회적으로 도움을 주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또 하나는 성경 말씀에 어긋나는 세상의 기준에 타협하지 않는 것이다. 힘들더라도 술과 접대 문화 등 그릇된 관행을 따르기보다는 원리원칙 대로만 가려 한다. 술에 빠져 가정을 팽개쳤던 과거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헛된 일이었는지 잘 알기 때문이리라.
진 장로의 아내는 그런 남편을 위해 30년 넘게 교회에서 밤낮으로 기도하며 봉사를 이어갔고, 이제 아흔아홉살이 된 진 장로의 모친도 평생 새벽예배를 섬겨오며 그를 위해 기도해왔다. 서른다섯살이 됐을 무렵 아내를 따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나가기 시작한 진 장로는 아내와 모친의 정성 어린 기도를 보며 조금씩 변해갔다. 유년 시절 어머니를 따라 교회를 다녔던 터라 신앙은 있었던 진 장로는 사업 시작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기도의 단을 쌓으며 신앙인으로 거듭났다. ‘내 집 마련’보다는 하나님의 성전인 기도처를 세우는 일을 우선했던 진 장로에게 하나님은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주셨다.
진 장로는 “부모님 집까지 장만해드리고 나서야 내 집은 제일 나중에 마련했다”며 “내 안위보다 하나님 나라를 우선시했기에 지금의 자리에까지 올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1999년 장로로 장립되고부터는 북한과 해외 선교의 꿈을 꾸며 살아왔다. 국제구호개발기구 굿피플 회장을 맡아 수년간 해외 봉사와 선교에 힘써왔고, 최근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북한에 건립을 추진 중인 평양심장병원과 관련해 세운 사단법인 통일연합종교포럼 회장을 맡아 북한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며 준비 중이다.
진 장로에게 창업 등을 준비하며 기업가를 꿈꾸는 다음세대에게 해주고픈 조언을 물었다. 진 장로는 “기도만 하고 맡겨진 일에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니라, 믿지 않는 이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갔으면 한다”며 “하나님만 의지하며 주님이 늘 함께해주실 것이란 믿음을 놓지 말고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화성=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