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한 지난 8일 저녁이었다. 서울 동작구 새예루살렘교회 담임 유하선 목사는 건물 1층 편의점에서 일하는 직원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목사님, 비가 너무 오네요. 기도 좀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한 번도 유 목사를 ‘목사님’이라고 부른 적 없던 사람이었다. 유 목사는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도 급박한 상황이 되니 나한테 기도를 부탁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묘했다”고 전했다.
집중 호우로 동작구 일대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새예루살렘교회는 큰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교회 인근에 있는 남성사계시장은 폐허처럼 변했다. 유 목사는 복구 작업을 거들고 싶었으나 어깨를 다친 탓에 함께할 수 없었다. 대신 그는 시장 인근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120잔을 주문해 상인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커피를 나누는 현장에는 나경원 전 국회의원도 동행했는데, 어떤 분은 눈물을 흘리면서 고맙다고 하더군요. 우리 교회가 피해를 보진 않았는지 묻는 분도 많았어요.”
새예루살렘교회 외에도 한국교회는 폭우로 큰 피해를 당한 이웃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은 지난 9일부터 피해를 입은 교회들을 둘러보면서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12일부터는 국민일보와 함께 비 피해를 입은 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 모금 캠페인도 시작했다.
한교봉 관계자는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비수도권 지역의 비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지방 교회들이 입은 피해도 면밀히 조사해 이들 교회가 회복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정석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서울남연회 감독은 지난 11일 예사랑교회(김종로 목사) 살림교회(임석일 목사) 새론교회(김한권 목사) 등을 방문해 위로의 뜻을 전했다. 서울남연회 관계자는 “지하에 있는 서울 강남지역 교회 가운데 많은 곳이 침수 피해를 봤다”며 “피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향후 실행부위원회에서 지원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철 기감 감독회장은 이튿날인 12일 서울 관악구 참빛교회(지석조 목사)와 축복교회(곽정문 목사)를 방문해 긴급지원금 200만원을 각각 전달했다. 기감 사회평신도국은 각 연회를 통해 수해를 입은 교회를 파악한 뒤 재해 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