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미국과 유럽에 연구·개발(R&D) 연구소를 잇달아 세우며 ‘기술 초격차’에 시동을 걸었다.
삼성SDI는 16일 미국 보스턴에 ‘SDI R&D America’(SDIRA)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첫 번째 R&D 연구소다. 삼성SDI는 지난달 1일 독일 뮌헨에 SDI R&D Europe(SDIRE)을 세운 바 있다. 내년에는 중국에서도 R&D 연구소를 만들 예정이다.
삼성SDI가 해외에 R&D 연구소를 잇따라 설립하는 건 지역별로 특화한 배터리 신기술을 연구·개발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스타트업이 많은 미국에서는 차세대 배터리 연구가 활발하다. 완성차 업체가 밀집한 유럽에서는 배터리 공정 및 설비에 강점을 갖는다. 삼성SDI 관계자는 “SDIRA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 혁신기술 및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이 활발한 대학이나 스타트업과 협력할 계획이다. SDIRE는 배터리 공정 및 설비에 강점이 있는 대학·연구기관과 과제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우수인력 채용, R&D 인프라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삼성SDI는 그동안 ‘기술력 우위’에 전력을 쏟아왔다. 한국 배터리 3사 중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지난해 기준 6.5%)이 가장 높다. 지난해 8776억원을 집행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1분기에 연구·개발비로 2583억원을 썼다. 지난해 1분기보다 17% 이상 늘어난 금액으로 분기 최대치다.
삼성SDI는 주로 전고체 배터리, 차세대 배터리 소재 기술 개발, 스마트공장 구축 등에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있다. 2분기 역대급 실적을 견인했던 ‘젠5’ 배터리도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젠5는 니켈 함량 88% 이상의 하이니켈 양극 기술을 접목해 주행거리를 대폭 향상했다. 현재 양극재 니켈 함량을 91%까지 높인 ‘젠6’를 준비 중이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해외 연구소 설립은 초격차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품질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을 시작으로 지역별 R&D 거점을 지속해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