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이사장을 만나 백신에 대한 공평한 접근 등 코로나19 팬데믹 극복 및 글로벌 보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게이츠 이사장을 접견하면서 “게이츠 이사장은 개발도상국과 어려운 나라의 국민이 백신·치료제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고통 받는 것을 보고 개발도상국에의 백신·치료제 공급에 진력을 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게이츠 이사장의 이러한 노력은 전 세계 시민의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보건 정의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 정부와의 내실 있는 협력 관계를 당부했고, 게이츠 이사장은 “한국은 정말 많은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화답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또 “윤 대통령이 바이오 분야 혁신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선진국, 나아가 개발도상국들의 삶에도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접견에 앞서 외교부·보건복지부와 게이츠재단 간 글로벌 보건의료 분야 협력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게이츠 이사장은 윤 대통령 접견에 앞서 오전에는 국회에서 ‘코로나19 및 미래 감염병 대응·대비를 위한 국제 공조의 중요성과 대한민국의 리더십’을 주제로 연설을 했다. 그는 연설에서 “한국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통해 근본적으로 글로벌 보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소아마비, 홍역과 같은 감염병 퇴치뿐 아니라 인류를 감염병으로부터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국이 더 확대된 역할을 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국의 과학기술을 통한 더 큰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감염병 대응·대비를 위한 국제 공조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팬데믹이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코로나19를 끝내고 미래의 보건 제약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이츠 이사장의 한국 국회 방문은 9년 만이다. 다만 이날 연설에는 전체 의원 299명 가운데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80여명이 참석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오후에는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을 만나 글로벌 공중보건 증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2013년부터 SK바이오사이언스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2014년 SK케미칼의 장티푸스 백신 임상연구에 490만 달러를 지원했고, 2020년에는 코로나 백신 개발에 360만 달러와 1000만 달러를 순차 지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 재단의 지원 아래 소아장염 백신, 코로나 백신, 코로나 예방을 위한 항바이러스 비강용 스프레이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상헌 황인호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