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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일상이 시시하다? 그 속에 만나 같은 은혜가 가득하다”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를 벗어나 광야에서 만나를 만납니다. 일용할 양식인 만나는 히브리어로 ‘이것이 무엇이냐’는 뜻입니다. 만나는 지천으로 깔려 있습니다. 어디서든 누구도 비켜날 수 없었습니다. 비유하자면 일상에서 하나님의 은총을 발견하는 일이 이렇습니다. 우리가 일상을 시시하게 생각하거나 일상은 하나님 은혜의 통로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일하시는 장소가 일상입니다. 시시해 보이는 부부관계 자녀관계 학교 공부와 직장일은 물론 친구와의 생활 등에서 은혜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시한 일상이 우리를 구한다’(하온)를 저술한 류호준(69·사진) 전 백석대 신학대학원장의 말이다. 지금은 한국성서대 구약학 초빙교수로 있는 류 교수는 구약학의 대가이다. 총신대를 거쳐 미국 캘빈신학대학원(MDiv, ThM)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Dr Theol)에서 공부했고, 귀국 후에는 백석대 신학대학원에서 25년을 가르쳤다. 동시에 미국 오하이오 톨레도 한인교회와 한국 평촌 무지개교회에서 담임목사로 모두 25년을 사역했다.

류 교수는 대학 강단을 본업으로 했지만 신학이 목회 현장과 유리되어선 안 된다는 소신에 따라 무지개교회를 개척하고 무보수로 20년 넘게 봉직한 후 은퇴했다. 방학을 맞아 현재 미국 캘빈신학대학원이 있는 미시간주에 체류 중인 그와 전화로 신간 이야기를 나눴다. 25권 넘는 책을 저술한 그는 일상의 신학과 관련 ‘일상을 걷는 영성’(SFC, 2008) ‘일상, 하나님 만나기’(SFC, 2011) ‘일상신학사전’(포이에마, 2013) ‘일상행전’(세움북스, 2019) 등을 출간했다.

“우리는 압니다.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생명을 충분히 음미하고 현재 상태 그대로 꽃피우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을 말입니다. 풍성한 생명력을 잃어버린 이 사회 속에서, 세상을 회복하고 구원에 이르게 하는 일이 뭘까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일상이라고 부르는 삶의 평범한 자리에 깊숙이 새겨져 있는 하나님의 은총을 찾아내 그 일상과 일상 너머가 하나로 통합되게 하는 일입니다.”

책은 고교 시절 국밥 한 그릇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버지가 백혈병으로 돌아가시고 가세가 기울어 생활이 힘들어졌을 때, 등록금은 물론 종종 차비조차 없던 시절, 류 교수는 밥 한 끼와 약간의 차비를 구하기 위해 서울시청에서 일하던 막내 외삼촌을 찾아간다. 운전기사로 일하던 외삼촌은 그를 시청 뒷골목 허름한 식당으로 데려가 우거지탕 한 그릇을 시켜준 뒤 “어서 먹어” 하고 잠시 자리를 떴다. 본인도 어려웠던 외삼촌은, 이윽고 식탁에 나타나 다른 동료 운전사들에게 빌려온 돈을 조카의 손에 쥐여준다. 식탁에서 보여준 외삼촌의 모습, 류 교수는 이를 ‘신성한 사랑의 흔적’이라고 불렀다. ‘내가 사랑받고 있구나’를 확인하는 일은 식탁에서 자주 일어난다. 류 교수는 “신학에서도 가장 신성하고 거룩한 식사를 ‘성만찬’이라며 따로 기린다”면서 “누군가에게 밥 한 그릇 대접하는 일이 훗날 그에게 신성한 사랑의 흔적으로 남는다면 얼마나 복된 인생일까”라고 말한다.

류 교수는 “좋은 꿈은 언제나 위로부터 온다”고 했다. 사랑받는 일, 생명을 잉태하는 일, 음악, 연인들의 속삭임, 아이를 업고 가는 엄마의 모습, 삶의 목적 발견하기, 일의 기쁨과 즐거움 발견하기, 곁에 있어 줄 친구 발견하기, 진리 중의 참 진리 발견하기 등. 이런 복(福)은 땀 흘려 버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위에서 선물로 받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류 교수는 신장결석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 물을 무한정 마시라는 의사의 진단을 듣고는 ‘물 먹이시는 하나님’을 떠올린다. 세례나 침례 또한 물속에서 물을 먹고 죽었다가 일어나는 일임을 떠올리며 물 먹는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류 교수는 “‘라떼’는 마시지만 ‘꼰대’는 되지 않기 위해 일상을 되돌아본다”고도 했다. 2000년 인터넷 사이트 ‘무지개성서교실’을 개설한 그는 새로 나오는 신학 서적을 깊이 있게 검토하고 있다. 류 교수는 “로마서 호세아서 이사야서 등을 주제로 목회자들을 위한 해설서를 발간할 예정”이라며 “조금이라도 교회와 개인의 신앙적 유익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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