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51)는 세계 최고 갑부다. 경제 매체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7월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산이 2100억 달러(약 272조6000억원)로, 2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1300억 달러)를 월등히 뛰어넘는 부동의 1위다. 자산 규모도 그렇거니와 테슬라, 스페이스 X, 솔라시티 등 다수 글로벌 기업들의 CEO이자 투자자여서 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말 한마디에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릴 정도다. 그런데도 머스크의 처신은 가볍기 짝이 없다. 무책임하고 변덕스러운 언행으로 구설에 오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가상화폐 전도사를 자임해 온 그는 지난 3월 테슬라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고는 이후 보유량의 75%를 매각한 사실이 3개월 만에 드러나 ‘사기꾼’이란 비난을 샀다. 도지코인 붐을 주도하고는 지난해 5월 방송에서 “도지코인은 사기다”라고 농담을 하는 바람에 도지코인 시세가 35% 폭락했다가 반등했다.
소셜미디어 트위터 인수에 합의하고는 3개월 만인 지난 7월 돌연 계약을 파기해 트위터 주가를 흔들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한 팟캐스트와 인터뷰 중에 테슬라 대항마로 알려진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과 루시드의 파산 가능성을 언급해 두 기업 투자자들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머스크가 최근 또 사고를 쳤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인수하겠다고 밝혀 스포츠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맨유 주가가 7% 가까이 급등하는 등 파장이 커지자 그는 다시 트위터에 “오래된 농담이었다”는 글을 올렸다. 1억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워들과 맨유 투자자들을 농락한 것이다.
머스크의 ‘양치기 소년’ 놀음이 반복되는데도 번번이 당하고, 그의 막강한 영향력은 그대로인 현실이 씁쓸하다. 한없이 가벼운 그를 탓해야 하나, 그런 그에게 놀아난 사람들을 탓해야 하나.
라동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