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쥐어짤 때보다 아무 생각이 없을 때 오히려 좋은 아이디어가 튀어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넋이 나간 것처럼 있는 속칭 ‘멍 때리기’ 효과다. 영국의 아이작 뉴턴 경이 사과나무 아래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 욕조에 앉아 있다가 부력의 원리를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친 것도 대표적 멍 때리기의 산물로 꼽힌다.
멍 때리기는 실제로 집중력과 창의력을 높인다고 한다. 미국 뇌과학자인 마커스 라이클 박사는 아무런 인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를 발견하고 ‘디폴트모드 네트워크(DMN)’라고 이름 붙였다. 일본 연구팀도 컴퓨터를 리셋하면 초기 설정(default) 상태로 돌아가듯이 사람의 뇌도 아무런 활동을 안 할 때 DMN의 백색질의 활동과 혈류의 흐름이 활발해져 창의력 발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반면 생각에 골몰하면 DMN 활동이 감소한다고 한다. 멍 때리면 신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다. 엘리자베스 니스벳 캐나다 트렌트 대학 교수는 숲을 찾지 않고도 삼림욕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고 했다.
아티스트 ‘웁쓰양’이 2014년 국내에서 서울시와 함께 멍 때리기 대회를 창시했는데, ‘hitting-mung’이라는 영어 단어까지 생겨나고 중국 대만 홍콩 네덜란드 등도 대회를 따라할 정도로 K웰니스로 자리 잡았다. 숲에서 하는 ‘숲멍’, 달을 보고 하는 ‘달멍’, 모닥불을 피워 놓고 하는 ‘불멍’ 등으로 상황에 맞게 부르기도 한다. 서울시는 코로나19로 2년간 중단됐던 멍 때리기 대회를 다음 달 4일 한강 잠수교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이번 대회 콘셉트는 ‘달빛무지개 분수’를 바라보며 ‘분수멍’을 때리는 것이다. 주최 측이 15분마다 심박 그래프를 측정하고, 현장 시민들의 투표 점수를 합산해 1~3등을 가린다. 안정적인 심박수 유지가 핵심이다. 참가팀이 50개로 제한돼 있어 아쉽기는 하지만, 한강에 못 가더라도 각자 스마트폰에서 잠시 눈을 떼고 멍 때리기로 코로나와 스트레스에 지친 심신을 달래보자.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