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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최소절개 척추수술’로 고통 끝… 남은 인생 허리 펴고 쌩쌩

미세 현미경 수술을 받은 80대 척추관협착증 환자가 물리 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걷는데 균형을 잡는 재활 훈련을 하고 있다.



 
기존 수술법 부작용 영향 위험 인식
새 로운 수술법 ‘건강’ ‘효과’ 입증
80대 이상 초고령 환자들 인식 변화
허리·목 디스크도 레이저 시술 가능
초기·급성기엔 비수술 요법 효과
만성기로 갈수록 적극 수술 권장

직장인 한모(53)씨는 이번 추석 연휴에 고향집에 홀로 계신 어머니(81)의 허리 수술 여부를 형제들과 논의해 결정하려 한다. 오래전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은 어머니는 그간 “수술하기 겁난다”거나 “참을만하다”며 버텨왔다. 그런데 뼈 퇴행이 계속 진행돼 척추관 내 신경이 눌리면서 통증이 심해졌다. 최근 몇 차례 통화에서 “다리 저림이 더 심해졌다”거나 “이제는 걷기도 힘들다”며 수술 얘기를 꺼낸 것이다.

얼마 전 급한 대로 이동하기 편하도록 노인 전동차를 사 드렸으나 통증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순 없어 마음이 편치 못했다. 한씨는 “연세도 있는데 허리 수술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의학 기술이 좋아져 요즘은 고령 환자도 수술을 많이 한다고 들어서 가급적 해 드리는 쪽으로 논의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척추관협착증이나 디스크(추간판탈출증) 등 퇴행성 척추질환으로 힘들어하는 고령의 부모에게 이처럼 수술을 권할지 말지를 두고 고심하는 자녀들이 적지 않다. 덜컥 허리에 칼을 댔다가 혹시 더욱 잘못되는 건 아닐까하는 염려 때문이다. 척추 수술을 바라보는 시선에 여전히 편견이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 피부를 크게 절개하거나 뼈를 자르는 과거 개방형 수술법의 위험성은 해외자료를 통해 보고돼 있다. 다리가 마비돼 걷지 못하거나 통증이 견딜 수 없는 상태에 이른 80세 이상 환자에게 기존의 수술법(뼈융합술)을 시행한 결과 과다출혈 등으로 약 10%가 숨졌고 20%는 심각한 합병증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상당수 노인이 수술을 두려워해 대신 약물, 물리치료 등에 의존하면서 극심한 고통을 감내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수술을 무조건 기피하며 심적 스트레스와 활동의 제약을 받은 환자의 지난 10년과 수술받고 통증이 사라져 사회활동과 여가를 즐긴 환자의 지난 10년간 총체적 삶의 질과 경제·사회적 비용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한다.

2015년 국제학술지(Spine)에 척추 수술받은 노인 환자가 오히려 더 건강하고 장수한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된 적도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심할 경우 다리 힘이 빠져 잘 걷지 못하는 게 특징인데, 해당 연구에 따르면 척추 수술을 통해 운동 능력이 향상되면 신체 기능 역시 좋아지고 더 오래 산다는 것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최소절개(상처) 척추 수술법’이 많이 개발돼 보급되고 있는 점은 노인 특히, 80세 이상 초고령 환자의 인식을 바꾸는데 한몫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세 현미경(혹은 내시경)과 레이저를 접목한 첨단 치료법이다. 척추관협착증에 적용되는 ‘현미경 인대재건술’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척추 전문 청담우리들병원 이상호(신경외과 전문의) 회장은 5일 “척추관은 뇌에서 시작된 신경다발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통로로, 나이가 들면 척추 뒤쪽의 인대(황색인대)와 관절 등이 두꺼워져 척추관을 압박하고 신경을 누르게 된다”며 “인대재건술은 기존 수술처럼 뼈나 디스크를 잘라내지 않고 두꺼워진 인대만 제거해 척추관을 넓혀서 꽉 졸린 신경을 풀어준다. 또 해당 부위에 특수한 인공인대를 사용해 불안정해진 척추를 단단하게 묶어 안정화시켜주는 혁신적 수술법”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개방형 협착증 수술의 위험성 때문에 치료를 꺼려 온 고령 환자와 당뇨·고혈압 등 기저질환자들에게도 적합하다.

한 70대 남성은 수술 두려움으로 척추관협착증 치료를 미루다 극심한 통증과 보행장애를 겪었다. 20~30m를 한 번에 걷지 못했던 그는 5년 전 인대재건술을 받고 다시 걷는 기쁨을 경험하고 있다. 88세 여성과 93세 남성은 각각 척추뼈 3곳과 4곳에 생긴 협착증을 인대재건술로 치료한 뒤 지금까지 건강하게 생활하는 중이다. 이 회장은 “다만 인공인대에 대한 알레르기를 주의해야 하고 인공인대가 안정화되는 최소 3주간은 허리를 비틀거나 숙이는 자세를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허리(요추)와 목(경추)디스크는 4~6㎜ 굵기의 가는 내시경 관을 삽입하고 뼈 인대 근육 등 정상 조직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레이저를 이용해 병든 디스크 파편만 제거 가능하다. 전신 마취나 수혈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등(흉추) 디스크는 허리나 목에 비해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이 회장은 “기존 절개(개방형) 수술의 재발률과 후유증 경험률은 각각 15~20%, 15~25%로 보고돼 있다. 반면 내시경 수술은 재발률과 후유증 경험률이 4%밖에 안된다”고 했다.

청담우리들병원에서 2012년부터 최근까지 10년간 척추 수술받은 80세 이상 환자는 모두 1652명(여성 1003명, 남성 649명)으로 집계됐다. 2012년 95명에서 2016년 137명, 2020년 179명, 2021년 249명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연령별로는 80대(1619명) 90대(32명) 순이었고 100세도 1명(여성)이 있었다.

인구 고령화로 퇴행성 척추질환 발생률이 높아지면서 해당 수술 또한 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척추 질환의 발병 초기나 급성기에는 비수술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지만 만성기에 접어들었다면 효과가 제한적인 비수술 치료를 고수하기보다 수술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과거 과잉진료 논란으로 무분별한 수술을 경계했던 대학병원에서도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고령 환자 삶의 질 제고 측면에서 척추 수술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다만 고령 환자는 척추 수술 전 근감소증과 노쇠 정도, 동반질환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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