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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스타워즈와 이정재



미국 루카스필름이 제작한 영화 ‘스타워즈’는 대중문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시리즈 중 하나로 꼽힌다. 1977년 1편이 개봉된 이래 지금까지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압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북미권에서는 속편 개봉 때마다 결근이 속출해, 아예 회사 차원에서 필름을 사들여 상영회를 열 정도라고 한다. 역사가 짧은 미국에서 스타워즈는 건국 신화에 비교되는 상징성까지 갖는다.

이런 스타워즈가 유독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었다. 2016년 개봉한 스타워즈 7편이 300만 관객을 불러 모은 것이 최다 기록이다. 마블 영화 ‘아이언맨’이 900만명을 동원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스타워즈가 한국에 1, 2, 3편 순서대로 소개된 게 아니라 뒤죽박죽으로 개봉되면서 이야기 흐름이 꼬였다. 특히 80년 제작된 2편은 97년에야 국내 개봉됐다. 이는 70~80년대 군부독재 시절, 제국에 대항하는 민주공화국의 이야기를 다룬 스타워즈가 사회 분위기에 안 맞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최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명실상부한 월드 스타가 된 이정재가 스타워즈 시리즈 ‘어콜라이트(The Acolyte)’ 주인공에 캐스팅됐다. 디즈니플러스가 제작하는 이 작품에서 이정재가 어떤 캐릭터를 맡게 될지, 어콜라이트가 어떤 내용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중요한 건 할리우드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작품에 한국 배우가 주연을 꿰차게 됐다는 것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스타워즈가 이정재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정재가 (여러 작품 중) 스타워즈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93년 길거리 캐스팅으로 데뷔한 그는 초기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한국 배우로는 74년의 미국 에미상 역사상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고, 스타워즈까지 캐스팅된 과정은 영화보다 드라마틱하다. 최근 영화 연출 데뷔작 ‘헌트’로 감독으로도 호평받았다. 무엇보다 젊은 나이의 반짝 성공이 아니라, 30년째 꾸준히 한길을 걸어온 50세 배우의 대성공이라 반갑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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