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의 3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PC,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의 수요가 줄면서 메모리 반도체도 영향권에 진입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적 하락이 당초 예측보다 가파를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관심은 29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마이크론의 6~8월(회계연도 4분기) 실적 발표에 모인다. 마이크론은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실적은 업계 1, 2위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흐름을 같이하기에 ‘가늠자’ 역할을 한다.
마이크론은 지난달에 한 차례 실적 전망치를 수정했다. 마이크론은 6월 실적 발표 때 4분기 실적 전망치를 68억~76억 달러로 설정했는데, 하단인 68억 달러보다 매출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PC와 스마트폰 수요가 줄면서 고객사들이 재고를 쌓고 있는 게 주요 이유다. 재고가 누적되고, 주요 업체에서 신규 주문을 하지 않으면서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크게 추락하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D램 가격은 전 분기보다 13~18%, 낸드플래시는 30~35%가량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스토리지업체 시게이트도 최근 실적 전망치를 낮췄다. 시게이트는 당초 23억5000~26억5000만 달러의 매출을 예상했으나, 이를 20억~22억 달러로 조정했다. 데이브 모슬리 시게이트 최고경영자는 “특정 아시아 국가의 경기침체가 고객 재고 조정과 공급망 붕괴를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황도 이들과 비슷하다. 특히, 주요 수입국 가운데 하나인 중국의 경기침체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에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은 3.4% 감소했다. 이 영향으로 반도체 수출은 26개월 만에 감소세를 기록했다. 중국의 경기침체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미·중 무역갈등으로 중국 시장의 문턱이 높아지고 있어 전망도 밝지 않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의 경우 주문형 생산이기 때문에 타격이 거의 없겠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수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26일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하락이 생각보다 가파를 것으로 예측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선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약 13조280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6%가량 하락한 규모이고, 3개월 전 컨센선스 17조1742억원과 비교해 20% 이상 내린 수치다. 이 전망치가 현실화하면 삼성전자는 2019년 4분기 이후 약 3년 만에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을 하게 된다.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90% 이상인 SK하이닉스는 타격이 더 클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선스는 2조709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3개월 전 컨센선스 4조772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