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개척하기 전, 제 자신에게 한 가지 물음을 계속 던졌어요. ‘교회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 답은 역시 복음서에 있었고, 고난 당하는 이들을 직접 찾아가 ‘구원 사역’에 매진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 온 보육원 사역이 바로 그것입니다.”
‘교회 본질 고민하며 찾은 사명’
지난 23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판교사랑의교회에서 만난 박준호(55) 목사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었다. 무슨 일을 하기 전 항상 자문자답을 거친 뒤 행동으로 옮겼다. 그가 14년 전 교회를 개척하기 전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이 땅에 수많은 교회가 있는데 왜 또 하나의 교회를 세워야 하는지. 세워야 한다면 그 교회의 본질은 무엇이어야 하는 지가 주된 질문이었다.
박 목사는 명확한 답을 얻으려고 오랜 시간 기도하고 성경을 묵상했다. 그 결과 고난 당하는 이들을 향한 ‘구원 사역’이라는 답을 얻었다. 그는 “예수님의 교회는 지역사회를 품고 우리 사회에서 고난 당하는 이들을 돌보는 공동체였다”고 말했다. 고난 당하는 이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성경에 나와 있었다. 바로 ‘객과 고아와 과부’였다. 객은 이 땅에 온 이주민들로서 사회적 기반이 없는 이들이다. 고아는 부모가 없는 어린 자들, 과부는 경제력이 없어 가장 낮은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을 말한다.
박 목사와 판교사랑의교회는 이들을 돌아보라는 성경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개척 초기부터 직접 찾아가 ‘디아코니아(섬김) 사역’을 펼쳤다. 특히 고아들을 섬기는 보육원 사역에 집중했다. 교회 인근 지역을 조사해 부모 없는 이들을 위한 보육 기관 두 곳을 찾아냈다. 그런 다음 보육원 봉사팀을 조직, 정기적으로 보육원을 방문해 학생들의 방 청소, 옷세탁, 김장 담그기 등을 했다. 교회 추수감사 예배에 봉헌된 과일들도 보육원 사역에 동원됐다. 연말에는 여기저기서 들어온 후원물품과 간식을 성탄 선물로 만들어 전달했다.
여러 사역 가운데 학생들에게 가장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장학금’이었다. 박 목사는 매년 보육원 전체 학생들에게 소정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지금껏 개별적으로 쓸 돈을 가져본 적이 없던 학생들은 장학금을 매우 신기해 하면서도 좋아했다. 판교사랑의교회의 헌신적인 사역 덕분에 보육원 학생들과 교사들, 그리고 보육원 전체의 분위기가 크게 살아났다. 보육원의 한 교사는 “아이들이 웃는 일이 별로 없었는데, 교회 사역이 진행된 이후 예전보다 웃는 일이 잦아졌다”며 “상처받고 소외받은 자신들이 섬김과 보살핌의 대상이 됐다는 것에 큰 위로와 기쁨을 얻은 것 같다”고 전했다.
보육원 퇴소 청소년 자립 지원
지난해부터 박 목사는 고아돌봄 사역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일부 사회복지 공무원 성도들과 팀을 꾸려 광범위한 스터디를 진행했다. 그 결과 보육원 퇴소 청소년들이 돌봄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최근 한 보육원 퇴소 청소년의 극단적인 선택은 이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방증하기도 했다.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제대로 된 자립을 돕는 일이 것이 절실했다.
하지만 박 목사와 교회의 힘만으로는 쉽지 않은 과제였다. 논의 끝에 청소년들에 대한 개별 접근이 아닌 다른 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업’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해당 지역에는 이미 퇴소 청소년들의 자립을 돕는 ‘성남시 (퇴소) 청소년 자립지원관’이 있었다. 그동안 이 기관은 퇴소 청소년들에게 도시락 제공, 병원 동행, 상담 등을 진행했다.
박 목사는 “기관을 직접 찾아가 교회가 도움을 주고 협업을 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문의했다”며 “무엇보다 기관에서는 복지사들이 퇴소 청소년들의 주거지를 효과적으로 방문하기 위한 차량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에 판교사랑의교회 성도들은 기꺼이 헌금을 했고, 자립지원관에 차량을 기증할 수 있었다.
긴급위기 아동·청소년 돌봄까지
박 목사는 사역을 하면서 또 다른 사각지대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부모가 없는데도 보육원에 입소해 돌봄을 받지 못하는 긴급 위기 아동, 청소년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개별 접근보단 협업이 필요했다. 이에 ‘성남시 아동청소년 공동생활가정’과 결연해 성남시 관내 10여개 그룹홈 아동 청소년들에게 필수물품 등을 구입, 전달하며 돌봄을 실천했다.
박 목사는 오랜 기간 섬김 사역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고 했다. 이제는 교회들이 “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마 6:3)는 말씀을 새롭게 해석해야 할 때라는 점이다. 그는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한국 교회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부정적인 여론이 매우 높아졌다. 신천지와 동일한 취급을 하며 교회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상황이 만연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교회의 섬김사역을 개 교회 차원이 아니라 가능하면 시·군·구청과 각종 사회 구호단체들과 연합해 진행해야 한다”며 “세상에 교회의 아름다운 섬김이 명확히 알려지게 만드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드러내고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파하기 위한 토양 조성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성남=글·사진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