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우주선으로 목표 소행성 충돌… 인류 첫 ‘지구방어 실험’ 성공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지구방어실험을 위해 발사한 우주선 ‘다트(DART)’가 충돌 목표로 정한 소행성 ‘다이모르포스(Dimorphos)’의 모습. 오른쪽 사진은 다트가 다이모르포스와 충돌하기 직전 실시간으로 전송해온 동영상의 정지화면으로 소행성 표면의 돌과 바위가 보인다. AFP연합뉴스


소행성과 충돌한 직후 다트의 카메라 화면이 붉은색으로 꺼지며 실험 성공이 확실해지자 나사 관제실 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지구방어실험을 위해 발사한 우주선 ‘다트(DART)’가 소행성 ‘다이모르포스’와 충돌하는 데 성공했다.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의 경로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첫 실험이 성공하며 지구방어 전략을 현실화하는 데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사는 26일(현지시간) 쌍(雙) 소행성 경로 변경실험 목적으로 쏘아 올린 우주선 다트가 시속 약 2만1600㎞(초속 6.1㎞)로 날아간 끝에 이날 오후 7시14분(한국시간 27일 오전 8시14분) 비행하는 소행성 다이모르포스에 정확히 충돌했다고 밝혔다. 다트 우주선이 지난해 11월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사된 지 10개월 만이다.

이번 실험은 미국 메릴랜드주에 있는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의 임무운영센터에서 충돌 직전 모습까지 중계됐다. 다트 우주선은 충돌 4시간 전 다이모르포스와 9만㎞ 떨어진 거리에서 마지막으로 비행경로를 조정한 뒤 자동항법 시스템을 이용해 목표지점을 향해 날아갔다.

우주선은 충돌 직전 다이모르포스와 약 1.2㎞밖에 떨어지지 않은 모(母) 소행성 ‘디디모스(Didymos)’를 지난 뒤 다이모르포스의 표면이 나타난 이미지를 마지막으로 전송하고 신호가 끊겼다. 이번에 획득한 데이터는 향후 지구에 접근하는 물체의 궤도를 변경하는 기술 개발에 쓰일 예정이다. 다이모르포스의 궤도가 실제 바뀌었는지는 우주망원경 관측을 통해 수주 뒤 확인될 예정이다.

이번 실험은 핵탄두 등을 이용한 소행성 파괴 전략이 아닌 우주선 충돌을 통한 궤도 변경을 목표로 했다. 영화 ‘아마겟돈’이나 ‘딥 임팩트’에서는 핵폭탄이나 미사일로 소행성을 폭파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나사의 판단이다. 로리 글레이즈 나사 행성 과학책임자는 AFP통신에 “이번 실험을 통해 소행성 충돌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잠재적으로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나사가 3억3000만 달러(약 4600억원)를 투입하며 이 같은 실험을 한 것은 지구 주변을 오가는 소행성들이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 주변의 소행성은 약 2만3000개인데 이 중 약 10%가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소행성은 지구와 충돌 시 대부분 대기권에서 불타 없어지지만 크기에 따라 지표면에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는 지름 20m 안팎의 소행성이 폭발해 작은 도시 하나가 쑥대밭이 되고 1500명 이상이 피해를 보았다.

앞서 아포피스, 베누 등 4개 소행성이 지구에 가까이 접근하고 있어 위협 대상으로 지목된 바 있다. 하지만 아포피스는 최근 관측 결과 궤도가 바뀌어 앞으로 100년 이내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누는 2135년 지구와 달 사이를 지나갈 예정이고 2181년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지만 충돌 확률은 2700분의1이다.

다트 우주선과 같은 소행성 충돌 실험은 향후 계속될 예정이다. 유럽우주국은 이번 실험의 성과를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2024년 10월 탐사선 헤라(HERA)를 다이모르포스로 보낸다. 헤라는 2026년 말 소행성에 도착해 천체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두 행성의 물질은 구체적으로 어떤 성분인지 분석할 예정이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