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대 에르메스 명품 가방도 ‘라이브커머스 방송’(라방)으로 사는 시대가 열렸다. 유통업체들은 명품 제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정규 프로그램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떠오른 라방이 유통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CJ온스타일은 지난 22일 첫 방송한 명품 전문 라이브커머스 프로그램 ‘머스트잇LIVE’가 주문 금액 약 1억원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최대 시청수는 4만명을 넘었다. CJ온스타일의 고객층은 5060세대 여성이 대다수다. 하지만 이번 방송에서 MZ세대 고객 비중이 40%를 돌파했고, 남성 고객 문의도 많았다. 오프라인 명품 매장처럼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2000명이 접속하는 ‘오픈런’이 벌어지기도 했다.
CJ온스타일은 올해 직접 투자를 단행한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과 업계 최초로 명품 전문 라방을 시도했다. 명품 전문 상품기획자(MD), PD, 쇼호스트와 함께 ‘랜선 명품 매장’을 선보일 계획이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그동안 단발적인 특집방송 형태로 명품을 소개해왔다. 이름을 내걸고 정규 방송을 론칭한다는 건 유통을 넘어 책임이 따르는 채널이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명품 라방’은 잇따르고 있다. 롯데온은 명품 전문관 ‘온앤더럭셔리’ 개장에 맞춰 명품 전용 라방 ‘럭셔리 톡파원’을 새롭게 선보인다. ‘해외 명품을 집에서 구하다’는 콘셉트로 월 2회 진행한다. 명품 전문 쇼호스트가 브랜드별 특징, 상품의 상세 디자인, 소재 등을 소개하고 실시간 채팅으로 소비자와 소통할 예정이다. 프랑스 출신 방송인 파비앙이 출연해 명품 트렌드를 설명하며 재미를 더한다.
11번가는 중고명품 전문 플랫폼 ‘구구스’와 손을 잡았다. 2100만원대 에르메스 가방, 400만원대 샤넬 자켓 등 국내 매장에서 구하기 힘든 명품을 라방에 내놓는다. 11번가 관계자는 “지난달 ‘라이브11’에서 중고명품을 판매했는데 큰손 고객의 반응이 뜨거웠다. 1700만원대 에르메스 켈리백, 1600만원대 롤렉스 시계 등의 초고가 제품이 판매됐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라방이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CJ온스타일은 최근 라방 전문 프로그램을 출시한 지 1년 만에 주문금액 1000억원을 넘어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라방이 규모화되고 있다. 재미있는 방송, 새로운 시도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던 라방이 고급 상품 판매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