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희 구청장을 만나 크리스천으로서 교회에 다닌 이야기부터 자연스럽게 나눴다.
이 구청장은 20대 때 모스크바에 교환학생으로 갔다가 선교사들을 통해서 교회에 다니게 되었다. 귀국 후 교회에 나갔다가 모두가 한 두 번씩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이 구청장도 겪었다. 사람들에 대한 실망이었다. 그래서 지금 서울대 교수인 선배에게 "선배 나 이제 교회 안 가려고 해"라며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더니 듣고 나서 "수희야! 하나님께서 택한 사람은 언젠가 다시 부르실거다"고 했다. 이때 코웃음을 치고 "글쎄요 그런 일 절대 없을 것 같은데요"라며 헤어졌다. 그런 일이 있은 후 교회를 멀리하고 가끔 집안 분위기에 따라 절에 가기도 하고 교회에 가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50대에 접어들어 국회의원 공천을 앞두고 예비후보 시절 때였다. "갑자기 교회에 가서 기도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아무 교회나 갈 수도 없고 낯설어 쉽지 않았다. 공천을 앞두고 있을 때라 동네를 돌아다니는데 명성교회 앞까지 왔다. 그래서 교회를 보면서 '그 유명한 명성교회가 여기있구나'하며 가까이 갔는데, 관리하시는 분이 '왜 왔냐'고 해서 기도하러왔다고 했더니 여자 개인기도실이 있다며 지하 기도실을 안내해주었다. 지하실로 내려가서 개인 기도실로 들어가기 위해 문고리를 잡는 순간 나도 모르게 '하나님 아버지 제가 왔어요'라는 고백이 나오며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졌다. 기도실에 들어가 방석에 앉았는데 성경책이 있고 앞에 십자가가 붙어있었다. 십자가를 보는 순간 거부감이 없었고, 마음이 그렇게 평안할 수 없었다"며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일을 겪은 후 "저는 공천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때 결과는 하나님께 다 맡기게 되었다. 나에겐 다시 부르신 것이 전부였다. 이 기간 공천을 받고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선거를 치르게 되었고, 지지해주던 유권자들에게는 죄송하게도 결과는 낙선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회심하고 하나님을 만난 것이 너무 컸고 소중했다. 이후 구청장 공천이나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하나님이 살아서 역사하신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기독교는 체험도 중요한 것 같다. 예수님을 만나야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명성교회는 제게 너무나 고마운 교회이다. 지금도 섬기는 교회이고 늘 예배드리며 목사님의 좋은 말씀을 듣고 있다"며 연신 휴지로 눈물을 닦았다.
이 구청장은 "'예수님을 닮아갈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한다.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보니까 그렇게 기도가 나오더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구 정책과 관련된 일문일답.
- 취임 이후 어떻게 보냈나.
“집무실에 강동구 현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한 눈에 강동’ 스마트 현황판에 임기만료일을 표시하고 매일 체크하고 있다. 변화를 바라시는 구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단 하루도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고, 취임 당시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취임 후 둔촌 주공아파트 재건축, 동명근린공원 지하주차장 등 지속적으로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곳의 주민들과 면담을 실시하고, 주민들의 요구사항에 따른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또한, 어려움에 처한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해 명절 전 시장 현장을 방문하여 명절물가를 점검하며 상인들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고, 어르신사랑방과 복지시설에 어르신들을 찾아뵈며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시설을 전체적으로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각계각층의 구민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일정을 조율하며 구민들과 면담을 이어가고 있으며, 동주민센터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나눔 행사들이 많이 진행되는데, 좋은 취지의 행사들인 만큼 적극 참여하여 현장에서 나눔 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강동구의 시급한 현안과 대책은 무엇인가.
“지금 강동구민들은 강동구의 외적인 발전과 변화를 원하고 있다. 원도심은 디자인이 멋진 상업형 빌딩들로 바뀌길 바라고 있고, 재개발과 재건축을 원하고 있다. 또 기업이 있고, 교통이 편리한 주거환경을 원하고 있다. 강동구의 변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동부 수도권의 경제지도를 바꿀 고덕 비즈밸리와 강동 일반산업단지가 변화가 한창 진행 중이고, 큰 규모의 재건축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하기도 했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들도 많지만, 보다 나은 도시의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도시의 개발계획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 비전이 담긴 그랜드 디자인을 먼저 설계할 것이다. 눈앞의 실적과 성과에 연연해하지 않고, 조금 늦더라도 신중한 결단과 선택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 내부적으로는, 지난 기간 방만하게 운영되었던 재정과 조직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 4년 동안 부서가 9개나 신설됐고, 비슷한 규모의 타 구에 비해 채용인력도 과도하게 늘어났다. 내부에서도 방만하게 운영되었다는 것에 동의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조직을 축소하여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시행하였다. 재정운용 측면에서는, 생활SOC(사회기반시설) 복합시설 재정투자사업을 적극 장려한 전 정부의 확장재정기조에 발맞춰 현재 강동구도 19개의 대규모 투자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임차형 소규모 생활밀착형SOC 시설도 지역 곳곳에 조성하여 운영 중이다. 생활SOC 시설은 주민편의와 직결되는 사업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것에는 이견이 없으나, 재정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다수의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조성비 충당도 어렵지만, 조성 후 운영비 또한 강동구 재정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이런 구의 재정현황을 주민들에게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7월 11일부터 18개 전 동주민센터를 방문하여 구민들에게 직접 설명을 드렸다. 가장 시급한 구의회 청사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지난 4년 간 강동경찰서 부지를 무상 임차하여 사용하고 있었는데, 내년 하반기면 무상임차 기간이 만료가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의회 청사를 대체할 대안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현재 마련된 대책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통폐합 등 절감된 예산은 이런 시급한 곳에 우선 사용될 수 있도록 재원배분에 특별히 신경 쓸 것이다”
-구민들에게 임기 내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공약은 무엇인가.
“현재 민선8기 공약 확정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선거 당시 5대 공약으로 내걸은 ▲암사역사공원 조기완공 ▲초등학교 저학년 방과 후 돌봄 지원 ▲한강변 친환경적 개발 ▲테마가 있는 어린이 공원 설치 ▲고덕 비즈밸리 내 강동구 소상공기업을 위한 맞춤형 복합공간 개발 추진은 약속드린 대로 사업 추진을 위한 세부적인 부분을 조정하고 있다.
민선8기 공약사항 우선순위 선정을 위해 주민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는데, 5대 공약사항 이외에도 구민들이 선호하는 공약 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민들이 가장 원하는 공약사항은 지하철 9호선 조기완공이었다. 한강변 친환경적 개발, 재건축 재개발 규제완화 신속 추진 지원 등 제가 느꼈던 구민들이 바라는 변화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교통문제는 고덕 비즈밸리 등 산업단지의 성공적인 유치와 새롭게 입주하는 구민들의 주거편의를 위해 가장 시급해 해결해야 할 공약사항이라고 생각한다. 강동구는 현재 지하철 8 9호선 연장사업과 5호선 직결화 사업 3개 노선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중앙보훈병원과 고덕강일1지구를 연결하는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사업은 지난해 8월 2공구가, 12월에는 1 3공구가 착공을 해서, 오는 10월에 국토부 사업계획 최종 승인이 나면 본격적으로 공사가 진행될 계획이다. 2028년 준공 예정인 재건축, 고덕강일지구 입주에 따른 교통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공사가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 서울시와 긴밀하게 협력하여 개통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외에도, 경기도에서 주관하는 강동~하남~남양주간 도시철도 건설사업에 9호선 4단계 추가연장(고덕강일1지구~강일동 구간) 사업과 암사역~구리시~별내 신도시를 연결하는 8호선 연장사업이 공사 중이다. 지난 4월 강동구 내 추가되는 역명이 암사역사공원역으로 확정되었는데, 새롭게 조성될 암사역사공원의 홍보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재건축, 재개발 사업뿐만 아니라 재건축 규제완화로 신규 정비구역 지정과 소규모 재건축 등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46만 명의 인구가 몇 년 후에는 50만 명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 교통수요도 더욱 급증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도시철도망 구축 외에도 이를 해소할 추가적인 교통망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 대안으로 GTX-D 노선의 강동구 유치를 꼭 해내야 한다”
-퇴임 후 강동구민들에게 어떤 구청장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는가.
“임기가 끝나고 나면, 주민들한테는 ‘강동구에 도움이 됐다’, ‘강동구에 기여한 게 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 또, 직원들한테는 ‘일하기 좋게 해준 구청장 이었다’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이수희 서울시 강동구청장
민선8기로 당선된 변호사 출신 이수희 강동구청장(명성교회 출석)을 지난 22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지금까지 목사인 필자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했지만, 서로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감동스럽게 인터뷰를 나눈 몇 안 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었다. 정치인을 생각할 때에 그려지는 기본적인 이미지가 있다. 이런 생각을 깨트리고 순수하고 진솔하며 깊이가 있어 다시 만나고 싶은 정치인이며, 본질을 추구하는 정체성을 가진 훌륭한 정치인이었다.
김변호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