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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강신욱 목사] “교회 밖, 울타리 바깥 사람들과 성경 얘기하고 싶었죠”

비신자와 새신자를 섬기는 공간, 부산 해운대구 낮은울타리에서 지난 7일 강신욱 목사가 전도서를 공부했던 화면을 설명하고 있다.




아파트 문을 열면 커피 도구가 놓인 아일랜드 식탁과 싱크대가 눈에 들어온다. 왼쪽엔 커다란 테이블에 대형 TV가 놓인 공부방, 오른쪽엔 서재와 더불어 성경과 십자가, 무릎 방석이 놓인 기도대가 있다. 부산 해운대구 좌동 20평대 아파트에 위치한 ‘낮은울타리’(lowfence.net)의 모습이다. 지난 7일 ‘대화로 푸는 성경 : 창세기’(규장)의 저자 강신욱(52) 목사를 이곳에서 만났다.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60만원으로 얻은 공간, 강 목사가 비신자와 새신자를 만나 성경공부와 교제를 나누는 곳이다.

“주님은 아흔아홉 마리 양을 들에 두고 잃은 양 하나를 찾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십니다.(눅 15:4) 교회 밖, 울타리 바깥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전도는 성도들이 아니고 목사가 하는 겁니다. 무신론과 회의주의, 야유 섞인 질문들을 일반 성도들이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목사가 복음화율이 낮은 부산에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강 목사는 TV와 테이블이 있는 공부방에서 성경을 처음 접하는 40대 여성 세 명과 창세기를 공부했다. 성경 본문을 화면에 띄워놓고 이런 대화를 나눴다. 책의 본문을 압축한 것으로 강 목사가 먼저 묻는다.

“창세기 1장과 2장 읽어 보셨어요?”

“아뇨. 바빠서….”

“예, 그럴 줄 알았습니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셨죠?”

“예, 그런데 안 믿어져요.”

“그렇죠. 창세기는 창조를 설명하는 책이 아닙니다. 다만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 창조의 핵심은 ‘하나님이 언제 무엇을 어떻게 만드셨나’가 아니라 ‘가장 마지막에 사람을 지으셨다’는 거예요. 사람이 살 곳을 준비하셨다는 거죠. 성경은 하나님이 사람을 사랑하신다는 이야기를 맨 처음인 창세기 1장부터 합니다.”

“이런 설명은 처음 들어봐요.”

“성경은 백과사전이 아니라 하나님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기 위한 책입니다. 인생의 모든 문제나 역사, 과학의 답을 찾듯이 보면 핵심을 놓치지요. ‘사랑한다’라고 적은 편지를 사전처럼 읽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처럼요.”

‘대화로 푸는 성경’은 이렇게 성경을 처음 접한 이들과 창세기 1장부터 25장까지 수개월간 함께 대화한 내용이다. 깊이 있는 성경 지식이 구체적 삶의 적용으로 흘러나와 메마른 사람들의 마음에 물기가 돌게 한다. 강 목사는 부산대 법대와 합동신학대학원대를 졸업한 후 남서울평촌교회에서 담임목사로 15년간 사역했다. 수백 명 성도의 사랑을 받으며 안정된 환경 속에서 70세 정년까지 평탄하게 목회할 수 있던 길을 그는 스스로 내려놓았다. 교회 안에서만 열심히 목회하느라 울타리 바깥의 잃어버린 양들에 대한 예수님의 마음을 떠올리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강 목사는 2017년 미처 복음을 전하지 못한 고교 동창의 죽음과 빈소에서 만난 친구들 대부분이 예수를 믿지 않는 현실을 접하고는 1년간 기도한 후 담임목사직을 사임하고 학창 시절을 보낸 부산으로 내려왔다. 비신자와 새신자를 위한 새로운 성경공부와 교제의 공간, 낮은울타리를 시작한 이유다.

지난 4월부터는 부산의 한 교회 예배당을 빌려 주일 오후 4시에 비신자와 초신자 위주의 예배를 드리는 낮은울타리교회도 개척했다. 믿지 않는 이들과 직접 대면하고 싶어하는 강 목사는 법대 동창에 회의주의자인 친구와 함께 교리의 핵심인 로마서를 공부했고, 또 다른 친구 부부와는 전도서를 이야기했다. ‘대화로 푸는 성경’ 시리즈로 출간이 기대되는 내용들이다. 강 목사는 책에 대해 “저 자신이 복음에 다시 눈뜨고 마음이 뜨거워진 고백록”이라며 “초자연적인 사건은 없지만, 제겐 분명히 하나님이 일하신 기록”이라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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